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대미용 전략무기뿐 아니라 600㎜급 초대형 방사포 등 신형 대남 전략 무기도 대거 등장했다. 스커드 미사일 등 구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도태된 자리에 탄도 미사일에 버금가는 화력의 다양한 방사포가 새로 들어선 것이다.
신종우 국방안보포럼(KODEF) 전문연구위원은 11일 "북한이 방사포 전력만으로 남한 전역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는 능력을 과시했다"면서 "대남 단거리 발사체의 세대 교체가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이번 열병식에서 4~6개의 발사관을 갖춘 초대형 방사포를 공개했다. 최대 600㎜ 구경을 갖춘 것으로 보이는 이들 초대형 방사포는 북한이 기존에 보유한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비슷한 400km까지 날아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방사포 전력만으로 남한 전역에 대한 타격이 가능해진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8월 24일 함경남도 선덕 일대에서 동해 상으로 미상의 발사체 2발을 발사한 바 있다. 날아간 거리와 속도로 봤을 때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다음 날 북한은 "초대형 방사포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라고 밝혔다. 당시 북한이 시험 발사한 초대형 방사포의 실물이 이번 열병식에서 확인된 것이다.
북한판 이스칸데르인 KN-23 탄도미사일은 무한궤도와 차륜형 차량에 각각 탑재된 채 모습을 드러냈다. 북한판 에이테킴스(ATACMS)로 불리는 전술지대지미사일도 무한궤도형 차량에 실리며 기동성을 과시했다. 다만 과거 열병식마다 등장했던 대남용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스커드 계열은 이번 열병식에선 보이지 않아 방사포 전력화로 인해 자연스럽게 도태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새로운 외형의 전차와 장갑차도 선보였다. 북한 전차 전력은 T-62 등 옛 소련제가 대부분이었으나, 이번 열병식에선 중국의 수출형 전차인 VT-4와 비슷한 모습의 전차가 등장했다. 115㎜포 전차포와 대전차 미사일 '불새'를 동시 탑재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105㎜ 전자포와 대전차미사일을 장착한 미국 육군 스트라이커 장갑차(8개 바퀴)와 유사한 신형 장갑차도 이번 열병식에서 등장했다. 신 위원은 "중국과 러시아 계열이 아니라 미군 장갑차 외형을 모방한 것이 특징적이다"고 말했다.
2종류의 다기능 레이더와 러시아제 지대공미사일(TOR)을 장착한 트레일러 차량 탑재형 신형 SAM(지대공미사일)도 처음 공개됐다. 기동력이 좋아 다양한 장소에 배치돼 항공기나 무인항공기 요격용으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군의 '워리어 플랫폼' 초기 단계와 비슷한 전투 체계를 갖춘 특수부대원도 열병식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워리어 플랫폼은 장병 개인을 하나의 전술 무기로 보고, 복합무기체계를 적용한 미래전투체계다. 이날 열병식에 나온 특수부대원들이 소지한 신형 불펍(bullpup) 소총과 개량형 AK-47 소총에는 각종 부가 장비를 부착할 수 있는 피카티니레일(Picatinny Rail)이 장착돼 있었다. 조준경과 레이저 투사기 등을 장착시키는 등 북한 나름의 워리어 플랫폼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방독면과 화생방 보호의를 입은 대(對)화학전 부대도 열병식에 참가했다. 전투복 역시 기존의 단색 바탕 대신 남측의 디지털 무늬와 비슷한 멀티캠 전투복으로 대거 교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