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끝난 5일부터 노벨상 발표가 시작됐다. 그 중 대중성이 가장 높은 문학상은 한국시간으로 8일 오후 8시 발표된다. 영국의 도박사이트 ‘나이서 오즈(nicer odds)’가 내놓는 배당률 순위를 통해 수상자를 짐작해봤다. 도박사이트라 무시할 게 아니다. 2018년 수상자 올가 토카르추크는 발표 직전 배당률 순위 3위까지 올랐고, 2019년 수상자 페터 한트케는 순위권에 꽤 오래 있었다.
올해 순위권에서 제일 눈에 띄는 건 고은 시인이다. 한국인이어서가 아니다. 오랫동안 후보자로 거론됐으나 2018년 성추행 논란이 터지자 지난해엔 후보 순위 끝자락까지 밀려났다. 올해 다시 상대적으로 높은 순위인 공동6위에 올랐다.
독재정권에 저항한 진보 작가라는 점이 문학상을 운영하는 스웨덴 한림원의 입맛에 맞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실제 수상 가능성은 떨어진다. 한림원은 2018년 미투 문제 때문에 수상자 발표를 취소한 바 있다. 성추문 논란을 겪은 고은은 부담스러울 것이란 얘기다.
지난해엔 여성 작가들이 강세였다. 전세계적 페미니즘 물결에다 한림원 자체가 미투 문제를 겪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위권 안에 무려 7명의 작가가 여성이었고, 여성의 목소리를 내세운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가 2018년 수상자로 결정됐다.
여성 작가가 강세라지만, 여전히 역대 수상자 116명 가운데 여성은 15명 뿐이다. 여성 작가 수상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탈식민주의와 흑인 여성의 정체성을 주제로 삼아온 마리즈 콩데는 지난해 2위에서 올해 1위가 됐다. 러시아의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영국의 마거릿 애트우드, 캐나다의 앤 카슨 등이 10위권 안에 들었다.
'남성 중심' 못지 않게 '유럽 중심'도 노벨문학상의 한계로 꼽힌다. 지난해 수상자 발표 직전 한림원 위원인 작가 안데르스 올손조차 '남성 중심'과 함께 '유럽 중심'도 넘어서야 한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지난해 발표된 2018, 2019년 수상자 올가 토카르추크, 페터 한트케 모두 유럽 출신이었다. 2017년 수상자 가즈오 이시구로도 영국 작가였다. 역대 수상자 중 유럽 출신은 81명(69.8%)에 달한다.
이번에 10위권 내에 포함된 비유럽권 작가는 다섯 명이다. 고은,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 중국의 옌롄커, 케냐의 응구기 와 시옹오가 포함됐다. 중국의 찬쉐, 미국의 코맥 매카시, 돈 드릴로, 메릴린 로빈슨도 공동 10위로 거론됐다.
노벨문학상은 전통적 작가 이외 이례적 수상자도 내왔다. 논픽션 작가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2015), 팝 가수 밥 딜런(2016)이 대표적이다. 그 때문인지 지난해엔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원작자 조지 R.R마틴이 순위권에 들어 화제였다.
올해 눈에 띄는 이색 후보는 단연 음악가 린튼 퀘시 존슨이다. 그는 자메이카의 ‘덥 뮤직(dub music)’에다 문학을 결합시킨 ‘덥 시(dub poetry)’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덥 시를 모아다 음반으로 내는 ‘LKJ레코드사’도 운영하고 있다. 영국의 코미디언이자 감독, 소설가인 리처드 오스만도 목록 끄트머리에 깜짝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