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장애인에게 법정임금 지급” 20년째 도전 멈추지 않는 청음공방

입력
2020.09.30 08:00
장애인 근로자에게 최저임금 이상 급여 줘

김효길 원장 “장애인 경제적 자립, 도전 이어갈 것”

“차별 없이 일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경기 포천의 장애인근로사업장(장애인근로작업시설) ‘청음공방’의 근로자 A씨(40대)는 29일 자신의 직장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청각장애인인 그는 청음공방에서 일해 온 10년 동안 법정 근로시간(주 40시간)을 지키며 정부의 최저임금(2020년 기준 179만원)보다 많은 급여를 받고 있다.

그는 “주변의 많은 장애인근로자들이 급여를 적게 받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데 청음공방은 다르다”라고 웃어 보였다. A씨 뿐 아니라 청음공방 장애인 근로자 대부분이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받고 있다.

청음공방은 청각장애인이었던 故운보 김기창 화백이 “청각장애인들에게 자립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며 2000년에 세운 사회복지법인(한국청각장애인복지회)의 장애인근로작업시설이다. 가구와 폐쇄회로(CC)TV를 주로 생산하는 기업으로, 2019년엔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다.

설립 첫해부터 20년간 간 한 결 같이 지켜온 원칙은 바로 '최저 임금 지급'이다. ‘장애인이 임금에서 차별받지 않고 자립적으로 사회, 경제적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들기 위해서다.

청음공방의 이런 전례 없는 도전은 임금지급 현황을 보면 확연하게 드러난다. 청음공방은 전체 근로자 49명 가운데 장애인 근로자 21명(전체 31명)에게 최저임금 이상의 월급을 손에 쥐어 주고 있다. 여기에 동기부여와 격려차원에서 숙련된 장애인 근로자에겐 직책 및 기술수당도 지급하고 있다. 설립자인 운보 선생 유지와 함께 김효길 원장의 경영철학이 이룬 결과다. 어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지만, 현실과 비교하면 파격적이고 대단한 시도임을 알 수 있다.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최저임금 적용을 받지 않는 장애인 근로자는 7,812명으로, 월 평균 임금이 40만원에 못 미친다. 청음공방 장애인 근로자들이 받는 급여 대비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직업재활시설에서 일하는 장애인 노동자 대부분이 최저임금 적용을 받지 않는 것이다.

청음공방은 근로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중증 장애인 10명에게도 최저 임금의 50~70%를 급여로 주고 있다. 이들은 장애 정도가 심해 현행법 상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근로자들이다. 그 만큼 근로 시간 부담도 덜하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이들 모두에게도 최저 임금 이상을 줬지만, 최근 몇 년 새 최저임금 급상승에 따라 잠시 고육지책으로 꺼내든 조치다.

포천시 사회복지 담당 주무관은 “장애근로자에게 최저 임금이상의 급여를 지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데, 청음공방은 이런 원칙을 일관되게 지키고 있어 놀랍다"라고 말했다.

장애인 근로 사업장이라는 점은 생산 능력 등 기업 경영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청음공방은 남다른 전략으로 이런 단점을 타개한다. 적정한 임금을 지급해 만족감을 높이는 것에 더해 장애인 각각의 능력에 맞게 업무를 배정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장애인 근로자의 업무 능력을 끌어 올려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덕분에 청음공방은 꾸준한 성장세다. 2000년 개원 당시 직원 20명에 연간 매출액이 수억원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직원 49명에 연간 매출도 60억원 달성을 눈앞에 둔 건실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코로나 정국이 장기화되면서 많은 장애인직업재활시설들이 휴관하거나 근로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어려움을 타개하고 있지만, 청음공방은 임금 삭감 없이 기업을 끌어가고 있다. 오히려 올해 새 원장을 맞아 전자 등 공격적으로 사업 분야를 확대하고 있을 정도다.

김효길 청음공방 원장은 “장애인 근로자가 청음공방의 존재 이유”라며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경영 시스템을 통해 모든 장애인 근로자가 임금에서 차별받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그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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