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북미대화 강조... "한미 간 '창의적 아이디어' 논의"

입력
2020.09.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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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창의적 아이디어에 北 참여 필요"
文 대통령 제안 종전선언도 염두 해석 
"실종 공무원 피격 美에도 충격" 언급도

미국의 대북정책 실무를 총괄하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한미 간에 '창의적 아이디어'가 논의됐다며 "북한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화상연설에서 언급한 종전선언과 맥이 닿아 보인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비건 부장관과의 회동에 대해 "최근 대화 중 가장 좋았다"고 평가했다.

비건 부장관은 28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미국을 방문 중인 이 본부장과 만난 뒤 취재진에게 "오늘 우리가 논의한 창의적 아이디어들에 아주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과 미국은 그것을 우리끼리 할 수 없다"면서 "북한이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들(북한)이 준비됐을 때 그들과의 협의는 계속 열려 있다"고 말했다. 비건 부장관은 또 "미국과 한국은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를 달성하고 비핵화를 이루며 한국인들에게 밝은 미래를 가져오고 미북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북한과의) 외교에 전념하고 있다"고 했다.

비건 부장관이 창의적 아이디어의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북한의 참여가 필요하고 북한이 준비만 된다면 언제든 가능하다고 말한 대목은 눈여겨볼 만하다. 더욱이 공개적인 대화 재개 촉구였다. 일반적인 북미 대화의 필요성을 언급한 수준을 넘어 남북미 3국 간 직간접 협의가 전제돼야 할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제안이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대화의 추동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비건 부장관과 지금 주어진 상황 속에서 어떻게 이 상황을 관리하고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할지, 그 대화 속에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양국의 공동 과제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지에 대해서 다양한 방안을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이번 비건 부장관과의 회동에 대해 "최근의 대화 중에 제일 좋았다"고 만족을 표시한 뒤 "한미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을 비롯해 비건 부장관이 언급한 창의적 아이디어를 우리 측이 제시했다는 해석도 가능한 대목이다.

앞서 이 본부장은 27일 미국 도착 직후 "이번에 온 취지가 모든 관련된 현안에 대해 얘기하고 간다는 것이어서 당연히 종전선언도 얘기할 생각"이라며 "미국도 종전선언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검토한 적이 많다"고 말했다. 또 "무조건 된다 안 된다 말하기 전에 같이 말할 공감대가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미국 측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한다"고 했다.

이 본부장과 비건 부장관은 최근 서해에서 발생한 실종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비건 부장관은 "한국 국민에 깊은 충격을 주고 미국에도 충분히 충격을 줬던 사건"이라고 언급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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