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고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의 후임으로 지명한 에이미 코니 배럿 제7연방항소법원 판사는 대부분의 주요 쟁점에서 현 정부의 입장을 두둔하는 '보수의 총아'로 평가된다. 그가 상원 인준을 받으면 최연소 대법관이 되고, 연방대법원의 보수 우위 구도는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1972년 미국 루이지애나주(州) 뉴올리언스에서 태어난 배럿 판사는 로드스컬리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노터데임 로스쿨을 수석 졸업했다. 대법관에 오를 경우 유일한 비(非)아이비리그 출신이기도 하다. 이후 2017년 현 직위인 연방항소법원 판사가 될 때까지 모교인 노터데임 법대에서 교편을 잡았다. 제대로 된 판사 경력은 3년뿐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배럿 판사는 로스쿨 졸업 후 2년간 미 보수 사법계의 구심점이었던 고 앤서니 스칼리아 대법관의 재판연구원(로클럭)으로 일하며 그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 스칼리아 대법관과 강경한 보수적 가치관을 공유함은 물론, 헌법이나 법률을 글자 그대로 엄격하게 해석하는 원문주의자라는 점도 꼭 닮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명 전 배럿 판사와 면담한 뒤 “여성 앤서니 스칼리아가 될 것”이라며 상당한 만족감을 표했다고 일간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배럿 판사는 독실한 카톨릭 신자로, 보수 기독교 신앙단체 ‘찬미하는 사람들’의 회원이다. 이 때문에 그의 종교적 관점이 판결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항소법원 판사 인준청문회에서 민주당 상원 법사위원회 간사인 다이앤 파인스타인 의원과 이른바 교조주의에 빠져있는지를 두고 논쟁한 과거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 당시 지지자들은 배럿 판사가 종교 때문에 폄하됐다며 반발했고, 오히려 그가 보수진영의 스타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됐다.
미 언론들은 배럿 판사가 7남매 중 장녀고, 역시 일곱 자녀를 둔 ‘다둥이 엄마’라는 점에 주목한다. 2명은 아이티에서 입양했고, 막내 아들은 다운증후군 환자다. 그는 임신 초기 태아가 유전병에 걸린 사실을 알았지만 낙태 반대 소신에 따라 출산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에는 한 인터뷰에서 “인생은 잉태에서 시작된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진보 진영은 배럿 판사가 대법관이 되면 언젠가 낙태규제법이 연방대법원에 올라갔을 때 1973년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한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뒤집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