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텍사스와 7년 계약이 끝나는 한국인 빅리거 맏형 추신수(38)는 이달 초 크리스 우드워드 텍사스 감독과 면담을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리드오프 자리를 신예 레오디 타바레스(22)에게 양보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1번은 지금의 추신수를 만든 타순이다. 빅리그 데뷔 후 톱타자로 가장 많은 729경기에 선발 출전했고, 106홈런 294타점 422볼넷을 기록했다. 2018년에는 현역 최다인 52경기 연속 출루 기록을 썼고, 2013년 신시내티 시절엔 역대 내셔널리그 톱타자 최초로 20(홈런)-20(도루)-100(볼넷)-100(득점) 기록을 작성했다.
하지만 선수 생활 말년에 접어든 추신수는 팀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1번을 내려놓았다. 이번 시즌 성적도 32경기에서 타율 0.229 5홈런 15타점으로 예전 같지 않았고, 팀은 포스트시즌 진출이 어려웠다. 우드워드 감독은 “추신수는 팀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자신은 두 번째로 둔다”며 “타순이 내려가는 건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을 했는데 이타적인 사람이라 놀랍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추신수의 동갑내기 ‘절친’ 이대호(38ㆍ롯데) 역시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7월까지 타율 0.306 11홈런 50타점으로 30대 후반의 나이가 무색한 활약을 이어갔지만 8월부터 하락세를 탔다. 8월 한달 간 타율은 0.256로 시즌 3할 타율이 무너졌고, 9월 타율도 21일 현재 0.268에 그쳤다.
무엇보다 ‘조선의 4번 타자’라는 위용이 사라졌다. ‘팔치올(8월에 치고 올라간다)’에 성공한 롯데는 9월에 부상을 떨쳐낸 정훈과 손아섭의 테이블 세터가 꾸준히 출루하고 3번 전준우도 좋은 타격 감을 뽐내면서 4번 이대호에게 많은 찬스가 걸렸다. 하지만 롯데의 공격 흐름은 이대호 타순에서 자주 끊겼다. 이대호의 9월 득점권 타율은 0.200(25타수 5안타)에 불과하다. 홈런은 한 개도 없고, 병살타는 3개를 쳤다. 8월 역시 득점권에서 타율 0.231, 7월 0.250로 저조했다. 반면 시즌 초반부터 6월까지는 0.380로 강했다.
롯데와 4년 계약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는 이대호의 시즌 성적은 110경기 출전에 타율 0.288 15홈런 80타점이다. 타점은 팀 내 1위, 결승타도 12개로 1위다. 38세 나이를 감안하면 훌륭한 성적이다. 또 5강 싸움이 한창인 지금 롯데에서 4번 타자 이대호 없는 타선은 상상하기 힘들다. 그러나 롯데는 이대호의 부진과 함께 순위 싸움 동력을 만들지 못하고 있고, 38세 이대호에게 더 많은 걸 바라는 것도 힘든 상황이다. 팀의 미래를 볼 때 추신수처럼 이대호에게도 양보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