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무기금수 조치를 위반하는 제3국 기관이나 사람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를 다시 꺼내 들 전망이다. 유엔을 통한 대(對)이란 제재 복원 시도가 국제사회의 공감을 얻지 못하자 독자 행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은 17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과 거래한 개인ㆍ기관의 미국 시장 접근권을 박탈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이 담긴 대통령 행정명령이 조만간 나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란 외에 제3자까지 처벌해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통신은 “미국에 특히 유효한 수단”이라며 “대부분의 외국기업은 이란과 같은 더 작은 국가와 거래하기 위해 광대한 미국 시장에서 배제되는 위협을 감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과거 핵개발에 나선 이란을 무릎 꿇렸던 초강경 제재다. 2010년 6월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는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제3국이 미국 내 파트너와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란 제재법’을 통과시켰다. 이란의 핵개발 자금 유입을 틀어막으려는 목적이었다. 그 결과, 2012년 경제성장률이 -6%대까지 추락하는 등 극심한 민생고에 시달린 이란은 결국 2015년 협상장에 나와 이란 핵합의(JCPOAㆍ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 서명했다. 제재 전문가인 더그 제이콥슨 변호사는 로이터에 “새 조치는 실효성보다 상징적 의미가 크다”며 “대이란 제재 연장과 복원을 반대한 국가들에 불만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미국은 10월 18일 만료되는 유엔의 대이란 무기 금수 제재를 무기한 연장하는 결의안을 지난달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했지만 부결됐다. 이후 이란이 핵합의를 위반했다며 제재 복원(스냅백)을 공식 요구했으나, 안보리는 이 역시 거부했다. 2018년 JCPOA를 일방 탈퇴한 미국엔 이런 요구를 할 자격이 없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북한에 대해서도 재무부의 세컨더리 제재 권한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대량살상무기와 관련된 무역활동 제재에 초점을 맞춘 이전과 달리 정상적인 일반 무역과 금융활동까지 금지하는 최고 수준의 경제 압박이었다. 실제 미 행정부는 명령 발효 후 중국과 러시아, 싱가포르 기업 등을 독자제재 대상에 올리며 대북제재 이탈 움직임을 단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