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극물에 중독된 것으로 추정돼 독일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러시아의 대표적 반(反)푸틴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중독 증상을 보이기 전 투숙했던 시베리아 톰스크의 호텔 객실에서 중독 추정 독극물인 ‘노비촉’ 흔적이 나왔다고 나발니 측이 주장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나발니가 모스크바행 비행기를 타기 전 공항에서 차를 마신 뒤 기내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였다는 기존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나발니 진영은 17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글을 통해 독일 검사소가 나발니가 묵었던 시베리아 톰스크의 호텔 객실에서 수거된 플라스틱 물병에서 노비촉 흔적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지난달 나발니가 의식을 잃은 뒤 톰스크에 남아 있던 측근들이 호텔 객실에서 수거한 물품을 독일 측에 전달했고 이 분석 결과가 나왔다는 이야기다.
나발니 측은 “나발니가 가벼운 병에 걸린 것이 아니란 것을 직감했기 때문에 나중에 독일 의료진에 전달하기 위해 유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져오기로 한 것”이었다면서 “2주가 지난 뒤 바로 톰스크 호텔 객실에서 가져온 물병에서 독일 검사소가 노비촉 흔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후 나발니의 검체를 전달받은 다른 3곳의 검사소도 그가 노비촉에 중독됐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나발니 측은 그가 공항으로 가기 위해 방을 나서기 전에 누군가가 객실 물병에 노비촉을 묻힌 것으로 추정된다고도 했다.
러시아 측은 나발니 진영의 주장을 일축했다. 러시아의 노비촉 개발자 가운데 1명인 레오니트 린크는 이날 리아노보스티통신에 “톰스크 호텔 물병에 노비촉을 묻혔다면 나빌니뿐 아니라 병에 접촉한 모든 사람이 죽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문제의 물병이 톰스크 호텔에서 나온 것이란 점을 증명하기는 어렵다”며 “그같은 물병은 세계 어디서도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0일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이동하는 여객기에서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진 나발니는 독일 베를린의 샤리테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아오다 지난 7일 의식불명 상태에서 깨어나 회복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