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정권, 인사부터 파벌에 좌우돼 기대 어려워"

입력
2020.09.17 20:30
日 소장 정치학자 나카노 고이치 교수 인터뷰
"스가, 아베 없는 아베 정권 존속 위해 선출돼"
스가 외교 비전 안 보여... 한일관계 개선 난망
野 분열ㆍ언론 길들이기 아베 장기정권 배경

일본의 소장 정치학자인 나카노 고이치(中野晃一) 조치대 국제교양학부 교수는 17일 본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정권의 인사에 대해 "스가 총리가 자민당 파벌에 의해 얼마나 통제되고 있는지를 주목해서 봤다"며 "당직 인선과 개각 결과는 파벌 의향을 크게 반영한 것으로 앞으로도 기대를 갖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스가 총리의 선출 과정에 대해선 "아베 없는 아베 정권을 존속시키기 위해 스가를 총리로 내세운 것일뿐"이라며 평가절하했다.

-스가 정권 인사를 평가한다면.

"새로움도 젊음도 여성 배려도 부족해 아베 정부의 골격을 그대로 계승했다는 인상뿐이다. 본격적인 인적 쇄신은 중의원 해산에 따른 총선 이후에 가능할 것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 정도로 재미 없고 뻔한 인사들로 총선을 치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베 정권과의 차별화에 나설 것이란 기대는 없나.

"없다. 이유는 단순하다. 스가 총리는 7년 8개월간 아베 정권의 관방장관으로서 2인자였고 정부 대변인으로 정권을 옹호해 왔다. 그 결과 아베 전 총리와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에 의해 '아베 노선 계승자'로 선택된 것이다. 아베 정권과 파벌을 비판한다면 당장 스가 정권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아베 전 총리의 영향력은 유지되면서 니카이 간사장과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등 정권의 골격도 그대로 남아 있다."

-스가 총리 선출 과정에서 민의가 전혀 반영되지 못했는데.

"말 그대로 파벌 담합이다. 스가 총리는 니카이 간사장을 만나 지지를 확인한 뒤 국민들을 향해 출마 의향을 밝혔다. 총재 선거 규칙을 정하는 니카이는 스가에게 유리하게 (당원투표를 생략한) 간이형으로 결정했다. 다른 파벌들은 스가 지지로 몰리면서 (선거 시작도 전에) 승리가 확실해졌다. 당원들이 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그럼에도 아베 내각과 자민당 지지율 급등하는 이유는 뭔가.

"가장 큰 문제는 언론이 비판력을 잃고 정권에 길들여진 것이다. 사의 표명 후 TV 등에서 아베와 스가를 무비판적으로 집중 노출시키며 사실상 자민당 홍보와 다름 없는 활동을 했기 때문이다. "

-스가 총리가 이념적 색채가 옅어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있다.

"아베 총리가 역사수정주의나 국가주의 인식이 강한데 반해 스가 총리는 이념적이지 않다. 그런데 (국가나 외교에 대한) 비전도 보이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전쟁 영향으로 시작된 아베 정권의 중국에 대한 접근은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과의 관계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미 관방장관으로서 지속적으로 강경한 태도를 표명해 왔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후퇴 등의 지적에도 아베 장기정권이 가능했던 이유는 뭔가.

"야당의 분열과 투표율 저하에 따른 아베 1강(强)이란 정치 상황이 컸다. 일본 정치시스템의 '책임성'이 사라졌고 야당은 물론 검(檢)ㆍ경(警), 언론의 추궁에서 상당 부분 면제 받을 수 있었다.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인식을 유권자들에게 주입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경제와 외교를 아베 정권의 성과로 꼽기도 하는데.

"재계는 경제에 대해 높게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퇴진 시점에 제로(0)가 됐기 때문에 유산이라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외교에선 가장 중요한 이웃인 한국과의 관계을 최악으로 만든 데다 개선을 위한 노력마저 포기했다. 북한, 중국, 러시아도 호전될 기미가 없다. 그나마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부한 것(미일동맹 강화)이 과연 일본에 도움이 됐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경제도 외교도 홍보가 성공했을 뿐이지 내용은 빈약하다."



도쿄= 김회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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