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신입기자 입사시험 과정에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혐의 고소인의 명칭을 두고 '피해자로 칭해야 하는지, 피해호소자로 칭해야 하는지'를 논제로 내 2차 가해 논란이 인 것과 관련해 14일 사과와 함께 재시험 방침을 밝혔다.
MBC는 이날 오후 사과문을 내 우선 "논술 문제 취지는 언론인으로서 갖춰야 할 시사 현안에 대한 관심과 사건 전후의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을 보기 위함이었다"며 "어떤 호칭을 사용하는지 여부는 평가 사안이 아닐 뿐더러 관심 사안도 아니고, 논리적 사고와 전개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핵심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 출제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우려에 대해 사려 깊게 살피지 못 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문화방송은 이 사건 피해자와 논술 시험을 본 응시자들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이번 일을 자성의 계기로 삼아 성인지 감수성을 재점검하고 신뢰회복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MBC는 후속조치로 이번 논술 문제를 채점에서 제외, 기존 시험에 응시한 취재·영상기자 지원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논술 문제를 출제해 재시험을 치를 예정이다. 구체적인 일정은 추후 공지할 계획이다.
전날 MBC는 공개채용을 위한 필기·논술시험을 실시했다. 이중 취재기자 부문 시험에 '박 전 시장 성추행 문제 제기자를 피해자로 칭해야 하는가, 피해호소자로 칭해야 하는가(제3의 호칭도 상관없음)'이라는 취지의 문제를 내면서 언론인 지망생들은 물론 각계에서 비판을 받았다.
MBC노동조합은 '성추행 피해자라 부르지 못했던 MBC의 논술 문제'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 "어떻게 대답하는 사람을 뽑으려는 것인지 대단히 우려된다"며 "박성제 사장과 현 경영진은 이번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에서도 국민의힘 등이 나서 "피해호소인은 의혹을 인정하지 않곘다는 뜻을 내포한 2차 가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사건 피해자의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는 이날 오전 MBC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우리 법에서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고소하는 그 단계부터 피해자로 명명하고 절차상 보호 규정을 적용한다"며 "굉장히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피해자는 이 상황에 대해 '참 잔인하다'고 표현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