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9년차에 들어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관심사가 최근들어 뚜렷하게 변하고 있다. 집권 초 김 위원장은 대형 건물을 짓는 등 산업 현장의 현대화를 독촉했다. 이후 지난 몇년간 남북미 관계에 집중했지만, 올해 들어 수해 현장 등 민생 현장을 찾는 횟수가 부쩍 늘고 있다. 주민들의 불만을 다독이는 모습에 더 주력하는 행보다.
15일 통일부 북한정보포털이 공개한 '김정은 공개활동 동향'(2012년 1월~2020년8월)을 한국일보가 분석한 결과, 김 위원장은 올해 1~ 8월까지 총 36회 공개활동을 했다. 집권 초기인 2012~2015년엔 연간 150회를 훌쩍 넘는 광폭 행보를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발이 묶여 있었던 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공개 활동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은 올해 대외분야 공개활동도 전혀 없었다. 2018~2019년 사이 남북ㆍ북미ㆍ북중 정상회담을 잇따라 가지며 숨가쁜 대외 행보를 이어간 것과 비교된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인데다, 남북관계 역시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대내 행보에 있어서도 변화가 엿보인다. 북한은 최고지도자가 각 현장을 방문해 애로를 풀어주고 '은정'을 부각시켜 주민들을 통치한다. 김 위원장은 집권 초기부터 자신이 추진한 대표적인 사업인 강원 원산갈마 관광지구 등을 올해 단 한번도 찾지 않았다. 경제 현장을 찾은 비중도 2018년 41.0%, 2019년 28.5%, 2020년 19.4%로 확연히 줄었다. 대신 8~9월 사이 수해와 태풍 피해 현장을 4차례 찾았고, 관련 회의도 4차례나 열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3중고(대북제재ㆍ코로나ㆍ수해)로 커진 주민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경제 목표를 민생 안정으로 수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이 민생 행보에 집중하면서 측근들의 수행 횟수도 달라지고 있다. 올해 8월까지 북한 내에서 경제통으로 꼽히는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과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각각 7번씩 김 위원장을 수행했다. 지난 몇년간 김 위원장이 대남ㆍ대외 정책에 집중할 당시 그림자 수행을 담당했던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같은 기간 수행 횟수가 5번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