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째 '공정 위기'에도...민주당엔 '조금박해' 안 보인다

입력
2020.09.1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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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의, 친문에 의한, 친문을 위한 민주당" 우려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복무 특혜 의혹이 정권 후반기로 달려가는 문재인 정부에 악재가 되고 있다. 공정 이슈가 정권을 흔든 건 현 정부 출범 이후 4번째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남북한 단일팀 논란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장관 가족 도덕성 의혹 사태 △올해 초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보안요원 정규직화 논란 등 민심이 공정 민감성을 건드리는 사건이 해마다 벌어졌고, 그 때마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적잖이 흔들렸다.



그러나 민주당 내 소신파의 목소리는 전무하다. 21대 총선 전엔 당 지도부와 청와대를 향해 거리낌 없이 "아니다"고 말하는 소신파가 있었다. 이른바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 ·박용진 ·김해영)’라 불렸다. 금태섭, 김해영 전 의원은 총선에서 낙선했고, 조응천, 박용진 의원의 목소리는 잦아들었다. 당 안팎에선 “친문의, 친문에 의한, 친문을 위한 민주당이 되어가는 것 같아 조심스럽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여권이 공정 이슈에 휘말릴 때마다, 소신파의 목소리는 역설적으로 민주당을 보호했다. 조국 사태 때 금 전 의원은 “(조국 장관 후보자는) 언행 불일치에 대한 젊은이들의 정당한 분노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할 생각이 없느냐”고 따져 물었다. 인국공 논란 때는 김해영 전 의원이 “공공기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는 섬세한 접근이 요구된다”며 분노한 청년층을 달랬다.

추 장관 의혹을 놓고는 유난히 다른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조응천 의원이 언론 인터뷰에서 "('소설 쓰시네' 발언을 비롯한) 추 장관의 국회 답변 태도가 굉장히 불편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정도다. 청년을 대변하겠다며 금배지를 단 젊은 의원들조차 2030세대의 박탈감을 위로하기보단 추 장관 엄호에 열을 올리고 있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단일 목소리를 내는 것은 그다지 건강하지 않다는 징후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소신 발언을 하는 사람들은 좋게 말해 '소신파'이지, 사실상 ‘비문재인, 반문재인’ 선언을 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극도로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윤태곤 더모아정치분석실장은 “최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조국 방어’에 앞장섰던 김종민 최고위원이 당원 투표와 국민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의미심장하다”며 “지금 민주당은 당 열성 지지층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분위기와 구조”라고 말했다.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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