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정은 교활한 것 맞지만 매우 영리하다"

입력
2020.09.13 21:00
트럼프와의 인터뷰 담은 밥 우드워드 신간 '격노'
"김정은, 주한미군 직접 거론한 적 없어…美 정부 유지 원한다고 결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매우 영리하다"고 인상평을 한 사실이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 전반을 담은 언론인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를 통해 트럼프의 김정은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전해졌다.

12일(현지시간) 북한전문 인터넷매체 NK뉴스와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드워드와의 신간을 위한 전화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에 대해 "교활하고 술수가 뛰어나며 매우 영리하다"고 말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의 김 위원장에 대한 평가에 동의하느냐'는 우드워드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동의할 수 없다"면서 이같은 설명을 덧붙였다. 김 위원장을 교활하게 묘사했지만 '궁극적으로 멍청하다'며 평가절하한 CIA의 의견에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이다. 김 위원장이 영리한 것이 확실하냐는 물음에는 스물일곱살의 나이로 권력을 승계 받은 사실을 거론하면서 "영리함을 넘어선다"고까지 표현했다.

트럼프는 CIA가 사실상 김 위원장을 잘 모른다고 일축했다. 이어 "나만 그를 안다. 그가 상대하는 유일한 사람은 나다. 그는 다른 사람은 상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김 위원장과의 끈끈한 관계를 과시한 트럼프의 발언은 우드워드의 책 곳곳에서 발견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2018~2019년 교환한 27통의 친서에는 "두사람이 친구가 되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진실은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고 우드워드는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대한 긍정적 발언 이후 이내 우드워드에게 북한의 미사일 실험을 충분히 경계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내가 순진한 것은 아니다"라고 발언해 눈길을 끈다. 좋은 관계이지만 지켜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북한과의 전쟁 직전까지 갔던 것으로 안다는 우드워드의 발에 트럼프 대통령은 "맞다. 그 누가 아는 것보다 훨씬 가까이 갔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하는 등 북미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던 2017년 상황을 거론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신간에는 김 위원장의 주한미군에 대한 입장도 소개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김 위원장이 미국 측과의 회담 혹은 서신에서 단 한 번도 한국에 주둔하는 3만명의 미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우드워드는 "김 위원장이 중국을 견제하는 역할 때문에 주한미군의 주둔을 원하는 것으로 폼페이오 장관은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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