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차기총리 확실' 스가, 외교 능력 우려 불식에 주력

입력
2020.09.1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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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토론회서 '외교 문외한' 지적에 적극 대처
"아베 총리와 상의할 것", "내 나름의 외교" 강조
과반 확보해 총재 확정적ㆍ16일 새 총리 지명

차기 일본 총리 취임이 확실시되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외교 문외한’ 지적을 반박하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외교를 계승할 뜻을 분명히 했다. 미중갈등 격화 등으로 동아시아 정세가 불안한 가운데 차기 정권의 외교 능력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불식하겠다는 포석이다.

스가 장관은 12일 일본기자클럽 주최 자민당 총재후보 토론회에서 “외교는 계속성이 중요하다”며 “미일 정상 전화회담에 한 차례를 제외하고 동석했고 모든 중요한 결정에 관여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 나름의 외교를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회담에 동석하는 것과 정상외교는 다르다’는 지적에는 “아베 총리와 상의하면서 (정상외교에) 가겠다”고 답했다.

7년 8개월의 장기 집권 동안 아베 총리는 외교ㆍ안보, 스가 장관은 내정과 부처간 조정을 분담해 왔다. 스가 장관이 외교 무대에 나선 것은 지난해 5월 미국을 방문해 마이크 펜스 부통령 및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과 만나 납치문제 해결에 협력을 요청한 정도다. 이에 경쟁자인 외무장관 출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조회장과 방위장관 출신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과 달리 외교 경험이 일천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는 이날 미일동맹을 주축으로 아시아 국가들과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한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에 대해 “어려운 문제가 있지만 양자택일이 아니라 전략적 관계를 맺고 상시 의사소통이 가능한 외교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한국과의 어려운 문제는 강제동원 배상문제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한일관계에 있어 국제법 위반에 철저히 대응해 나갈 것” “한일 청구권협정이 양국관계의 기본”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스가 정권에서도 한일관계에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다만 아베 총리와 달리 주변국과의 외교에서 온건파로 알려져 있어 자신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그는 토론회에서 이시바 전 간사장의 ‘동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창설’ 구상에 대해 “반(反)중국 포위망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우익성향 산케이신문은 13일 사설에서 “스가 정권이 출범하면 국제사회로부터 지금보다 중국에 가까운 정권으로 간주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14일 당 양원총회에서는 국회의원(394표)와 지방대표(141표) 투표의 과반(268표)을 얻는 후보가 차기 대표로 선출된다. 스가 장관은 국회의원의 70% 이상 지지를 얻어 이미 과반을 확보해 당선이 유력하다. 새 총재는 16일 임시국회에서 지명을 받아 99대 일본 총리로 공식 취임한다.



도쿄= 김회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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