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아파트값이 한달 넘게 횡보 중이다. 정부가 부동산 세율을 높인 '7ㆍ10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지 두달이 지났으나, 다주택자가 여전히 버티는 탓이다. 여전히 신고가 아파트가 나오고는 있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결국 세부담으로 집값이 하락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관측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10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서울 '강남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 상승으로 보합을 기록했다. 지난달 10일 이후 5주 연속 보합세다. 강남구와 강동구만 각각 0.01%씩 오르는 데 그쳤고, 서초구와 송파구는 지난주와 가격 변동이 없었다.
감정원 관계자는 "보유세 부담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영향 등으로 거래가 감소하고 관망세가 지속됐다"며 "송파구와 서초구는 상승과 하락 혼조세를 보이며 보합을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부동산 업계는 최근 상황을 당혹스러워 한다. 거래는 절벽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시세보다 낮게 매매되는 경우도 거의 없어서다.
오히려 가격이 오르는 경우도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으로 최근 6일간 이뤄진 강동구 아파트 매매 21건 중에서 10건이 최고가를 갱신했다. 강남구도 같은 기간 13건 중에서 7건이 신고가를 기록했다.
매물 가격도 여전히 높게 책정돼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98㎡는 지난 6월 17억9,500만원에 거래됐는데, 현재 호가는 이보다 1억5,000만원 가량 높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A씨는 "보유세가 급등한 부동산 법인도 아직 시세보다 호가를 낮추진 않는다"며 "최근 들어선 실거주보다 현금부자들이 증여 목적으로 주택을 매수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반면 수요는 줄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7일 기준 97.0으로, 지난 6월 이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100 아래로 떨어졌다. 이 지수가 낮을수록 아파트 매도자가 매수자보다 더 많다는 뜻이다. 서울 전체 매수우위지수도 96.2까지 낮아졌다. KB부동산 관계자는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파트 매도 압박은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내년 6월부터 종합부동산세율이 최대 6.0%까지 오르며, 규제지역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율도 최대 30%포인트 인상되기 때문이다.
강남구 대치동의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아파트 예상 공시가격이 발표되는 내년 3월부터는 본격적으로 매물이 나올 것이고, 종부세 납부 기한인 12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세부담을 견디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다음달 발표되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로드맵을 주택 시장의 분기점으로 본다. 내년 고가주택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 매도세 속도도 덩달아 빨라지질 것이란 분석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현실화는 공정하지 않았던 것을 공정하게 설정하는 것"이라며 공시가격 인상을 재차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