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민원 당시 추 장관은 ‘서 일병 엄마’였나, ‘여당 대표’였나

입력
2020.09.1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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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은 ‘한민구→송영무’ 국방장관 교체기
한 전 장관 측 "당시 추 장관 아들 건 보고 못 받아"


‘서 일병 엄마’ 추미애냐, ‘집권 여당 대표’ 추미애냐.

추미애 법무부 장관 부부가 2017년 6월, 카투사(KATUSAㆍ미8군 증강된 한국군 육군 요원)에 복무 중인 아들 서모(27)씨 휴가 민원을 직접 제기한 사실이 국방부 문건을 통해 드러났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추 장관이 ‘서 일병 엄마’ 신분으로 문의를 했느냐, 아니면 ‘집권 여당 대표’ 지위로 접촉했느냐에 따라 사안의 성격이 달라질 전망이다. 만약 후자로 확인되면 권한을 남용한 청탁이자 외압 행사로 수사 결과에 따라 사법처리 대상이 될 수 있다.

국방부는 10일 ‘추 장관 부부의 직접 민원’ 사실이 담긴 문건에 대해 “내부 논의를 위해 인사복지실에서 작성한 자료”라며 “외부에 유출돼 유감”이라고 밝혔다. 전날 정치권을 통해 공개된 해당 문건에 대해 "출처와 진위를 파악중"이라던 국방부가 내부 문건임을 공식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추 장관 부부가 어떤 방식으로 국방부에 연락했는지 구체적으로 확인되진 않고 있다. 국방부는 이날 “서씨 가족이 실제로 민원실에 직접 전화했는지 여부는 확인이 제한된다”고 언급했다. 현재로선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국방민원콜센터 운영예규는 녹음 파일을 3년간 보관하도록 해, 파일은 이미 파기됐을 가능성이 크다. 문건(서씨 부대 상관이 작성한 기록)에도 병가 연장과 관련해 ‘부모님(추 장관 부부)이 민원을 넣으신 것으로 확인’, ‘국방부에 민원사항에 대한 답변을 완료함’ 등의 내용만 있다. 향후 검찰 수사에서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추 장관 부부가 민원을 제기한 시점은 서씨 1차 병가가 종료된 2017년 6월 14일로 추정된다. 만약 추 장관 부부가 국방부 민원실에 전화해 ‘서 일병 부모’라고 밝히고 휴가 연장에 대해 물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일반 병사 부모들이 민원실이나 해당 부대에 민원 전화를 하는 것처럼 '평범한 부모'의 역할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민원실 연락을 받은 부대에서 서씨가 추 대표 아들이란 사실을 알고 편의를 봐줬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국방부가 이날 서씨 휴가는 국방부 훈령, 육군 규정에 비춰, '특혜'가 아니라고 밝혔지만 휴가를 구두로 연장하고 병가가 끝난 뒤에 복귀하지 않은 서씨의 행태가 일반적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추 장관이 ‘집권 여당 대표’의 신분을 밝히면서 국방부 민원실이나 고위간부를 접촉했다면 명백한 외압행사다. 다만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통역병 청탁 논란 과정처럼,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실 등 장관 라인을 통한 개입은 어려웠을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2017년 6월 당시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지만, 국방부 수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한민구 장관이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발탁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한달 뒤인 7월 14일에 취임했다.

실제로 한 전 장관도 관련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당시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한국일보 통화에서 “이번 건이 논란이 돼서 알아보니 한 장관은 물론 대다수 고위 간부들도 보고를 받지 않았다고 했다”며 “일병의 휴가 연장에 대한 문제라 상급자에게 보고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 장관이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고 해도 실무선에서 처리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전 장관이 당시 사실을 몰랐다면, 추 장관이 '여당 대표' 신분을 안 밝혔을 개연성이 있다. 반대로 장관 교체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전임 정권에서 임명된 한 전 장관에게 보고를 안했을 수도 있다. 한 전 장관 후임인 송 전 장관은 '추 장관 부부 민원 추정 시점' 사흘 전인 6월 11일 후보자로 지명됐다. 윗선 보고 여부와 상관 없이 장관 교체기에 있었던 국방부 실무자들이 여당 대표인 추 장관 아들 휴가를 특별히 챙겼을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정승임 기자
김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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