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 집터 돌려달라"... 신채호 후손들 소송 1심서 패소

입력
2020.09.09 16:54
소유권 관련 국가 상대 손해배상 청구 기각

독립운동가이자 역사학자인 단재 신채호(1880~1936) 선생의 후손들이 “옛 삼청동 집터 소유권을 돌려달라”는 요구와 함께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부장 이광영)는 9일 단재의 며느리 이덕남(77) 여사와 자녀들이 삼청동 집터 소유권 문제와 관련해 국가보훈처를 상대로 낸 3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당초 이 여사 등은 불교재단 선학원을 상대로 소유권 이전 등기 소송도 함께 제기했는데, 이와 관련해선 도중에 소를 취하했다.

앞서 이 여사는 지난해 6월 “서울 종로구 삼청동 2-1과 2-2번지는 단재의 옛 집터이며, 1939년 땅의 소유주가 된 일본인이 국가로부터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후손들은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단재가 직접 실은 신문 기사와 문헌 등을 제시했다. 단재는 중국 망명 직전인 1910년 4월 19일 대한매일신보에 “본인 소유 초가 6칸의 문권(文券ㆍ집문서)을 알지 못하는 가운데 분실했기에 광고하니, 쓸모 없는 휴지로 처리하시오”라는 기사를 실었다. 그러면서 기사 하단에 땅 주소로 ‘경 북서 삼청동 2통 4호, 신채호 백(京 北暑 三淸洞 2統 4戶, 申菜浩 白)’이라고 적었다.

해당 부지는 1912년 국유지로 기록됐다가 단재가 순국한 지 2년 후인 1939년 한 일본인 앞으로 소유권 보존 등기가 이뤄졌다. 이후 소유권이 몇 차례 바뀌었고 현재는 불교재단 선학원이 소유하고 있다. 이 여사 등은 국가 상대 손해배상 청구와 함께, 선학원을 상대로도 소유권 이전을 요구하는 소송도 냈으나 이 부분은 올해 5월 취하했다.

이 여사는 소 제기 당시 “2009년에 이르러서야 시아버지의 국적이 회복됐고 이제는 재산 회복을 통해 독립유공자들의 권리를 되찾고자 후손들을 대표해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결론적으로 "독립운동가들의 재산 회복 및 보상은 국가의 책임"이라는 주장이었지만,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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