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닷속 걷는 수중올레길은 어때요”

입력
2020.09.09 17:15
22면
제주 출신 이운철 수중사진작가 
9000회 넘게 물 속 누비며 기록한 
자료로 수중올레지도 제작 진행


“아름다운 제주 바다를 지키고 기록하는 것이 제 평생의 사명입니다. 그 결과물로 30년 가까이 기록해 온 제주 바다를 수중올레지도에 담고 싶습니다.”

8일 제주 제주시 한경면 신창리 바닷가에서 만난 이운철 수중사진작가(50)는 제주 바다에 대한 예찬을 끝없이 쏟아냈다. 그는 “다이빙을 하던 중 제 머리 위로 유유히 헤엄쳐 지나는 수십마리의 돌고래 떼를 만난 적이 있다"며 "그 장면이 너무 황홀해 바다 속에 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호흡기를 떼고 탄성을 질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다에선 예기치 않은 일들이 자주 있다"며 "몇 초 안 되는 순간적인 상황이지만 감동은 아직까지 생생하게 가슴 속에 남아 있다”고 음미했다.

태어나기 전부터 고향 서귀포시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던 아버지로 인해 그는 어릴 적부터 사진기가 장난감이었다. 제주관광대 사진학과에 입학해 수중카메라를 처음 만났고, 졸업작품을 준비하면서 수중사진을 진로로 선택하게 됐다. 지금도 수중사진만 전문으로 촬영하는 작가가 많지 않지만, 당시엔 미지의 세계였다. 스킨스쿠버를 배워 물 속에 뛰어든 이후 30년 가까이 제주 바다는 이 작가의 삶의 터전이자, 안식처가 됐다. 그가 산소통을 메고 제주 바다를 만난 횟수만 9,000여회가 넘는다. 날씨만 허락하면 바다로 달려갔고, 그의 수중카메라엔 제주 바다의 생명체와 비경들이 쌓여 갔다.




이 작가는 “바다 속에는 육지처럼 들판이 있고 산도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도 있다"며 "바다에 들어갈 때마다 매번 새로운 모습을 만나게 됐고, 내가 본 것들만이라도 기록하자고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주 바다의 가치를 알리고,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모아 온 기록들을 토대로 수중올레길을 완성해야겠다는 목표도 생겨났다”고 들려줬다. 그가 ‘완성’이란 단어를 사용한 것은 이미 2012년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 앞바다에 ‘쌍굴’로 불리는 다이빙포인트와 인근 사계리 형제섬이 각각 1ㆍ2호 바다올레길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중관광 활성화를 위해 지정된 바다올레길은 활용되지 못한 채 흐지부지됐고, 지금은 거의 잊혀진 존재가 됐다.

이 작가는 스쿠버다이빙의 성지라 불리는 서귀포 문섬을 비롯해 우도, 성산포, 섶섬, 범섬, 신창, 한림 등 제주 바다 전체를 한 바퀴로 잇는 수중올레길 지도를 만드는 중이다. 지도에는 다이빙포인트와 위험지역을 안내하고, 바다에서 만날 수 있는 지형이나 서식 생물을 담아 한눈에 제주 바다를 들여다보도록 할 계획이다.

수중올레길 지도가 완성돼도 활용까지는 난제가 남아 있다. 일부 바다는 불법채취를 일삼는 일부 다이버들 때문에 아예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해당 지역 해녀들과 어촌계를 설득하는 작업이 우선되야 한다. 또 지속적인 관리를 위해선 지자체의 적극적인 협조도 필요하다.

이 작가는 “국내 다이버들이 제주 바다를 놔두고 해외로 발길을 돌리는 모습을 보면 너무 안타깝다”며 “수중올레길이 완성되면 국내는 물론 해외 다이버들이 몰려들어 제주관광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을 것 "이라고 확신했다.



서귀포= 김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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