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시중은행을 비롯한 전 금융권 가계대출이 14조원이나 급증했다. 특히 신용대출만 6조2,000억원이 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기본적인 생계자금 수요가 높은데다, 저금리를 틈 탄 개인의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부동산, 주식 투자 바람이 가계빚을 폭발적으로 늘리고 있다.
9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0년 8월 중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8월 중 시중은행과 카드ㆍ보험사 등 제2금융권을 포함한 전 금융권 대출은 7월 대비 총 14조원 증가했다. 7월(9조4,000억원)보다 증가폭이 4조6,000억원 확대됐다.
지난달엔 특히 주택담보대출(6조3,000억원 증가)보다 신용대출(6조2,000억원)을 포함한 기타대출(7조7,000억원)이 더 많이 늘어 눈길을 끌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최근 가계대출을 주도하는 시중은행 가계대출액은 11조7,000억원 늘었다. 이는 2004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월간 증가폭이다. 직전 최대 증가액은 올해 3월에 기록한 9조6,000억원이었다.
시중은행의 가계 대상 주택담보대출은 6조1,000억원,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5조7,000억원 불어났다. 이 역시 각각 7월 증가액보다 약 2조원씩 더 불어났다. 기타대출도 전체 가계대출과 마찬가지로 2004년 이후로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이 가운데 신용대출은 대략 5조3,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한은은 8월 주담대 증가폭이 커진 원인을 우선 6월에 늘어난 수도권 매매거래가 시차를 두고 대출자금 수요로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6월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서울이 1만6,000호, 경기도가 3만5,000호까지 치솟았다가 7월 들어 하락세를 보였지만, 이는 계약시점을 기준으로 한 것이며 때문에 실제 대출수요는 2~3개월 후 나타난다.
전세자금대출도 3조4,000억원 가량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수도권 전셋값이 대체로 상승하고 있고 전세자금 수요도 늘었다”며 “주택도시기금(HUG)의 서민정책상품인 버팀목전세대출이 기금이 아닌 은행 재원으로 더 많이 공급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한은과 금융당국은 최근 신용대출 급증세에는 통상의 주택거래대금 수요뿐 아니라 주식투자 수요도 섞여 있다고 보고 있다.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개별주식 투자와 최근 공모주 청약 증거금 수요까지 더해졌다는 것이다.
또 8월은 계절적으로 생계비 수요가 높을 뿐 아니라, 재난지원금 공급 효과가 소멸되고 전국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가 도입되면서 생활자금 수요도 늘어났을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신용대출은 저금리 기조, 주식청약 수요 및 불경기 자금수요 확대로 증가폭이 확대된 것”이라며 “가계대출 증가세가 일시적인지, 추세적인지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