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갈호랑이 데리고 쇼핑몰을? 한국이라면 키울 수도 없다

입력
2020.09.09 14:00
야생동물 개인 사육 가능 여부 놓고 뜨거운 논란
한국선 사이테스(CITES) 종 개인 소유 금지
사이테스 종 이외 야생동물 소유 문제는 남아


멕시코 쇼핑몰에서 한 여성이 목줄을 한 새끼 호랑이를 데리고 있는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되고 있다고 일간 엘우니베르살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의 한 이용자가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 내 쇼핑몰에 새끼 호랑이를 데리고 온 여성의 사진과 "멸종위기 종으로 보인다"며 "야생동물을 반려동물처럼 다루는 것은 범죄"라고 비판하는 글을 올리면서 불거졌다. 사진 속 여성은 이 트위터 게시물에 "야생동물을 키우는 게 불법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가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끼 호랑이는 2개월 된 벵갈호랑이로 이름은 '밀카'로 알려졌다. 논란이 커지면서 온라인에서는 호랑이와 같은 야생동물을 개인이 키울 수 있는지, 호랑이를 공개된 장소에 데리고 와도 되는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현지 매체들이 인용한 멕시코 환경당국의 규정에 따르면, 멕시코에선 개인이 희귀 동물을 소유하려면 당국의 허가가 필요하며 제대로 된 환경에서 지내는지를 증명해야 한다.

멸종위기종 등 개인이 소유할 수 없는 동물이 정해져 있는데 벵갈 호랑이는 멕시코 당국이 정한 금지 동물은 아니라고 BBC 스페인어 판은 설명했다.

현지 언론은 멕시코 관계 당국이 문제의 쇼핑몰 호랑이를 사들인 경위와 허가 취득 여부 등을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관할 지방자치단체는 쇼핑몰 측에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조치하라고 경고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국내에서는 벵갈호랑이와 함께 쇼핑몰에 가는 것이 가능할까. 불가능하다.

벵갈호랑이가 '멸종위기종의 국가 간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사이테스)' 종이기 때문에 개인이 소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이테스에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등재된 동물은 사이테스 규약에 따라 수출입이나 거래가 엄격하게 규제되고 있는데 한국도 1993년 이 협약에 가입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이형주 대표는 나아가 "야생동물은 각각의 생태적 습성에 맞는 환경이 필요한데 이러한 환경과 사육 조건을 개인이 만들기란 쉽지 않다"며 "(설사 사이테스 종이 아니더라도) 야생동물을 개인이 소유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개인은 아니지만 이동동물원 등이 백화점이나 구청 등에서 호랑이 등 야생동물을 전시한 사례는 있다.

1월 서울 노원구청에서는 생후 8개월 된 호랑이 두 마리가 전시됐고, 전시 이후에도 지하주차장 트럭에 갇혀 지내는 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이 대표는 "사이테스종은 아니지만 국내에서도 라쿤이나 미어캣, 알파카 등 야생∙농장동물을 목줄에 묶어 산책하는 일이 발견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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