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 관료의 대만 방문을 앞두고 또다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을 비난하고 대만을 폄하하면서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는 기존 패턴 외에 제재까지 거론하며 엄포를 놓았다. 반면 대만은 입지를 넓히기 위해 중국과 각을 세우며 미국 카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의 입장을 대변해 온 후시진(胡錫進) 환구시보 총편집인은 9일 트위터에 “대만을 방문하는 미국 관리와 관련 기업에 대해 중국 정부가 제재를 가할 수 있다”며 “이들은 중국 본토 진입이 금지되고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 기업들도 본토 시장을 잃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에 무기를 판매한 미 록히드마틴을 상대로 지난 7월 제재를 예고한 데 이은 강경책이다. 홍콩ㆍ신장위구르 문제 등을 놓고 미국이 먼저 중국 관료와 업체를 제재하면 맞대응으로 보복제재에 나섰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대만은 이달 말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의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제재를 발표할 때마다 전면에 나서는 인물이다. 지난달 알렉스 에이자 미 보건장관이 1979년 단교 이후 최고위급 정부인사로 대만을 방문했을 때보다 중국이 느끼는 압박감이 훨씬 클 수밖에 없다. 중국은 에이자 장관의 대만 방문에 맞춰 젠(J)-10, 젠-11 등 주력 전투기 20여대를 푸젠성과 대만섬 사이 중간선 너머로 출격시켜 위협했지만 이번처럼 미국을 상대로 제재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대만 현지 매체들은 “실제로는 로스 장관보다 미 키이스 크라크 국무부 경제차관이 올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고 예상했다. 대만은 미국과의 경제협력을 안보분야로 넓히기 위해 내년 초 군 고위인사들이 미 국방부를 방문할 계획이다.
이 같은 대만의 움직임에 중국은 발끈했다. 후 총편집인은 “미국은 대만의 보호자가 될 수 없고, 대만은 미국이 손에 쥔 체스판의 말에 불과하다”면서 “50년 전의 역사를 잊은 대만은 비참하게 패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이 항공모함 2척을 파견해 중국과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던 1996년 대만해협 위기 당시보다 현재의 대만 정세가 훨씬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대만은 미국에 묶여 앞만 보고 달려가는 인간 폭탄이나 마찬가지”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을 앞둔 10월 미국인들의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해 ‘깜짝 쇼’로 무력충돌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