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은 일정도 못잡는데… 인재 채용 속도내는 인터넷은행들

입력
2020.09.08 01:00

카카오뱅크와 토스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최근 언택트(비대면) 바람을 타고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 속에 기존 대형 금융회사들이 신입ㆍ경력 직원 채용을 머뭇거리는 사이 공격적인 인력 확충에 나서는 것이다.

내년 제3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가칭) 설립을 준비 중인 토스혁신준비법인은 금융사의 모든 정보 흐름을 주관하는 핵심 정보기술(IT) 시스템인 ‘코어뱅킹’ 분야 경력 개발자 수십명을 채용한다고 7일 밝혔다. 모집 분야는 여ㆍ수신, 카드, 고객시스템, 회계관리 등 10개다.

입사자에게는 전 직장 연봉의 최대 1.5배와 1억원 상당 스톡옵션이란 파격 대우도 앞세웠다. 홍민택 토스혁신준비법인 대표는 “기존 금융권이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중ㆍ저신용자와 소상공인에게 필요한 상품을 제공하겠다”며 “공급자 중심인 은행 서비스를 사용자 중심으로 혁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스는 앞서 지난 6월에도 보험전문 자회사인 토스인슈어런스 신입사원 100명을 공개채용한다고 밝혔다.

카카오뱅크도 개발자 직군 공개채용을 진행 중이다. 모집 직무는 운영체제(iOS), 클라우드 플랫폼, 금융 IT(코어뱅킹ㆍ금융정보), 빅데이터 분석 및 플랫폼 등 총 20개 분야로, 채용 규모는 두 자릿수 대다. 국내 1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 역시 지난 6월부터 26개 분야에서 채용을 진행 중이다.

이는 최근 시중은행들의 움직임과 대조적이다. 시중은행은 디지털 가속화와 코로나19 타격으로 IT 등 일부 분야 수시 채용만 진행할 뿐, 공채 일정은 최대한 미루고 있다.

물론 인터넷은행들이 채용하는 인원은 반기마다 수백명씩 공개채용하는 시중은행에 비하면 규모가 매우 적은 편이다. 그러나 인터넷은행은 영업점이 없어 시중은행보다 몸집이 가벼운데다, 언택트 열풍 속에 지속적으로 사업이 성장하면서 꾸준히 신규 인력을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높은 연봉과 뛰어난 복지로 취업준비생에게 ‘꿈의 직장’으로 꼽히는 시중은행 채용 시장은 얼어붙은 상태다. 갈수록 가속화되는 영업점 축소와 디지털화로 진작부터 인력을 줄여가고 있었는데, 올해는 코로나19 감염 우려 등으로 아예 신규채용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공채로 뽑힌 시중은행 인력은 작년 채용의 20%에도 못 미친다”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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