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 닫히고 '홈트'도 답답... '산스장' '공스장' 찾는 사람들

입력
2020.09.04 16:00
실내 체육시설 집합 금지에 야외 운동시설 인기
"야외 공간이라고 마음 놓고 활동해서는 안 돼"

"헬스장은 문 닫았고 홈트(홈트레이닝)는 한계가 있으니 기구가 있는 이곳으로 왔죠."

3일 저녁 서울 서초구 동작대교 남단 한강 둔치에서 철봉에 매달려 턱걸이 운동을 하던 김모(29)씨가 기자에게 전한 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가 실시된 가운데 모든 실내 헬스장이 문을 닫으면서 '운동 마니아'들이 눈을 돌린 곳이 있다. 바로 산 중턱이나 인근 공원 등에 자리한 이른바 '산스장(산+헬스장)' 혹은 '공스장(공원+헬스장)'이다.

이날 본보 기자가 찾은 동작대교 남단 한강 둔치에 설치된 야외 운동기구에는 약 스무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일부는 삼삼오오 모여 '스쿼트(허벅지가 무릎과 수평이 될 때까지 앉았다 섰다 하는 동작)'를, 일부는 '버피테스트(푸시업 동작과 점프 동작을 반복하는 운동)'를 반복하고 있었다.

헬스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요즘 어디 산스장이 좋냐', '서울 산스장 하나 추천해달라' 등 질문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등ㆍ가슴ㆍ팔운동이 가능한 '케이블 머신', 하체 단련을 할 수 있는 '레그 익스텐션 머신' 등이 10개 이상 구비된 '요즘 산스장 시설'이라는 글이 게재돼 인기를 끌었다. 해당 장소는 구리시 아차산 약수터 근처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산스장'과 '#공스장'을 검색하면 최근 며칠 사이 관련 사진도 쏟아지고 있다. 대부분 야외 체육시설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누리꾼들은 "코로나19 무섭지만 쉴 수 없다"(fitn****), "헬스장 쉬는 기간이라 '놀스장(놀이터+헬스장)', '공스장' 돌면서 운동 중"(jiuj****) 등 각종 후기들을 올리고 있다.

다만 야외 공간이라고 해서 마음 놓고 활동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모란 국립암센터대학원 교수는 최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야외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모여 서로 구호를 외친다든지 하면 비말이 튈 수밖에 없다"며 "야외라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지난달 31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나와 "야외라고 마스크 안 쓰고 담소하면서 가까이 붙어있으면 어차피 전파가 된다"고 지적했다.

일부 누리꾼들도 걱정의 눈초리를 보내기는 마찬가지다. "요새 덤벨 좋은 것들 많이 파니 주문해서 집에서 운동해라"(yoon****), "코로나19가 끊임없이 확산되고 있는데 사람들이 몰리는 장소는 가면 안 된다. 그래야 예전으로 돌아가 다시 헬스장을 갈 수 있다"(seoy****)는 등의 의견을 내놨다.

손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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