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년 동안 우리 경제는 연평균 0.2%씩 성장률이 떨어지는 기저질환을 앓고 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전통 제조업의 경쟁력 추락과, 내수 부진, 그리고 경제 주체들 간의 갈등이 빚은 결과일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더 치명상을 입힐 가능성이 있다.
우리 경제를 회생시킬 처방전은 없는 것일까? 예상보다 빨라진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코로나19는 우리가 하기에 따라 한국경제를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질적 고도화를 이룰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해법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경제를 경제 논리로 푸는, 기본에 충실한 자세로 돌아가는데서 찾아야 한다.
보통 가계, 기업, 정부를 경제 3주체라 한다. 이 3주체가 역동성을 발휘하여 경제를 살려야 하겠지만 경제 활동의 뿌리는 기업이다. 기업이 없으면 개인이나 가계뿐 아니라 정부도 그 활동의 바탕이 무너진다.
정부는 기업과 국민이 납부한 세금에 의존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만약 기업이 없다면 개인의 일자리가 있을 수 없고, 개인의 일자리가 없으면 이들이 납부할 세금도 없어진다. 세수가 없으면 정부는 공무원을 채용할 수도 없고, 공공 일자리도 창출할 수 없다. 이처럼 기업은 한 나라 경제의 근간이다. 살릴 수 있는 기업은 살리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리가 당면한 경제 활성화의 기본이다.
기업은 주주, 경영자, 근로자, 채권자, 정부 그리고 소비자로 그 이해관계자를 구성한다. 기업이 잘 되면 주주는 배당을 잘 받고 주가가 올라가 만족한다. 근로자는 고용이 안정되고 임금 상승이 기대되어 좋다. 채권자는 기일 내에 원금과 이자를 상환받아 만족한다. 정부는 세수가 늘어나 공공사업을 추진하고 고용을 늘릴 수 있다. 소비자는 자기가 원하는 제품을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원하는 시기에 살 수 있어 삶의 질이 좋아진다. 기업이 잘되면 누가 피해를 보는가?
그런데 왜 일부 정치 집단은 친기업이라고 말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을까? 국민들은 왜 기업 사랑에 인색할까? 기업을 무조건적으로 이윤만 추구하는 주체라 오해하기 때문일 것이다. 기업이 이해관계자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계속 기업으로 존재할 수 없다. 기업은 제약 조건하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다.
또한 기업과 기업인을 혼동하는 데서 기업 사랑에 인색하지는 않을까? 기업의 오너가 누구냐고 물으면 대주주 경영자인 회장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 오해에서 기업이 잘되면 그 기업 회장만 잘 먹고 잘산다는 생각으로 기업 사랑에 인색하게 된다. 단지 회장은 지분을 좀 많이 보유하고 있는 이해관계자 중 하나인 대주주일 뿐이다. 왜 그 사람이 오너인가. 그런 오해에서 회장이 실정법을 위반하여 구속이 되고 형사처벌을 받으면 바로 반 기업이라 매도한다.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해야 하고 누구든 법을 어겼으면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러나 그 기업까지 매도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1인당 GDP가 3만달러가 넘어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우리 자본주의 역사도 반세기 이상 되었다. 이제 기업가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 및 환경을 중시하는 사회 공기로서의 기업 경영에 충실할 때가 되었다. 국민도 기업이 없으면 근로도 없다는 원칙을 인식했으면 한다. 어려움에 직면한 한국 경제가 기업에 대한 올바른 이해로부터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