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실패 판명난 ‘집단면역’ 실험 만지작… 또 트럼프 대선 전략?

입력
2020.09.0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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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영입 신임 보건 고문이 주도
WP "실제 도입하면 213만명 사망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책으로 스웨덴식 ‘집단면역’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실상 스웨덴에서 실패로 판명 났고, 자칫 대규모 인명 피해를 야기할 수 있어 논란이 많은 접근법이다. 결국 11월 대선을 앞두고 어떻게든 표심에 미칠 악영향을 상쇄하려 국민 생명을 담보로 정치적 도박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집단면역으로 간주될 수 있는 일부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새 정책 입안을 주도한 인물은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보건 고문으로 영입한 스콧 아틀라스 스탠포드대 후버연구소 신경방사선학 박사. 그는 스웨덴처럼 봉쇄정책 대신 건강한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한 집단면역 전략을 채택하되, 노인 등 취약 계층 보호를 강화해 위ㆍ중증으로 악화하거나 사망에 이르지 않도록 하면 된다는 논리를 편 것으로 알려졌다.

집단면역은 경제활동 재개를 압박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입맛에 딱 맞는 정책이다. WP는 실제 최근 트럼프가 관료들에게 집단면역을 수차례 언급했고, 데버라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조정관에게는 “뉴욕과 뉴저지가 집단면역을 달성했느냐”고 묻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집단면역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은 공개석상에서도 있었다. 그는 지난달 27일 공화당 전당대회 연설에서 “코로나19 고위험군을 매우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덕에 저위험군은 일터와 학교로 돌아갈 수 있고, 더 많은 주(州)들이 봉쇄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아틀라스 박사와 백악관은 “관련 정책이 대통령에게 보고된 적도 없다”면서 보도를 강력 부인했다. 그러나 신문은 이미 집단면역 정책이 실행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판단했다. 요양원 이외에는 검진 장비 확보에 드는 지출을 늘리지 않게 한 보건복지부의 결정, 코로나19 확진 환자와 밀접 접촉했더라도 무증상인 경우 검진이 불필요하다는 질병예방통제센터(CDC)의 지침 변경 등이 근거다.

백악관 안팎의 전문가들은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얼마나 많은 인구가 코로나19에 감염돼야 집단면역을 달성할 만큼의 항체를 형성하는지가 불분명하고, 또 최대 수백만명이 목숨을 잃을 수 있어서다. WP는 코로나19 치명률을 1%로 가정했을 때 미 전체 인구 3억2,800만명의 65%가 감염되면 213만명이 사망할 것이라는 자체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여기에 재감염 가능성이나 고위험군 분리 기준 등 다른 조건까지 고려하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201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로머 뉴욕대 교수는 “요양원이 노인들을 보호한다 해도 많은 사람들이 사망할 것”이라며 “감염 고삐가 한 번 풀리면 사회 전역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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