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법인ㆍ단체를 포함하는 남북 주민'으로 한정된 남북 협력 사업 주체에 지방자치단체를 추가하는 등 현실에 맞게 보완한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27일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은 개성공단 폐쇄처럼 남북협력 사업이 정부의 조정 명령으로 중단되는 경우 기업을 지원할 근거를 마련했고, 통일부의 반ㆍ출입 승인 물품에 대해서는 통과 신고 의무나 제재를 완화한다. 북한 주민 접촉 신고 간소화는 시기상조라며 반영하지 않았지만 정부의 자의적인 방북 승인 거부를 최소화하기 위해 거부 사유도 구체화했다.
남북교류협력법이 이 정도 폭으로 바뀌는 것은 1990년 노태우 정부에서 제정된 이후 처음이다. 대북지원단체 등이 원활한 인도적 지원을 위해 요구해 왔고 통일부도 개정 의지를 보였던 북한 주민 접촉 요건 완화가 빠진 건 아쉽지만 지금까지 남북 관계 굴곡의 경험을 반영해 협력 사업을 진작시키는 방향으로 정비된 것은 평가할 만하다. 이런 취지의 훼손 없이 법 개정으로 이어져 안정적인 남북 교류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다만 남북 협력에만 방점을 찍다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충돌하는 경우가 생기지 않도록 면밀히 살펴야 한다. 이번 개정안 마련 과정에서 외교부는 우수교역업체 보조금 지원, 남북이 합의한 협력 지구 개발 등이 유엔 제재에 위배될 가능성을 지적했다고 한다. 통일부가 술과 설탕을 맞바꾸는 물물교환 방식의 남북교류 사업을 추진하다 해당 북한 업체가 유엔 제재 대상인 것을 알고 포기한 최근 사례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남북교류협력법은 이번 정부 개정안 말고도 의원 입법으로 여러 법안이 제출돼 있다. 대북 전단 살포 금지, 남북경협 손실 적극 지원, 남북합의서의 법적 지위 명문화 등 다양한 개정안들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적지 않은 논란이 될 것이다. 여야는 남북 문제를 두고 과거처럼 이념 논쟁만 벌이려 들지 말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앞당기기 위한 상호 협력, 교류 촉진이라는 관점에서 생산적인 토론을 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