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전방위적인 제재가 지속될 경우 화웨이의 내년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대비 75% 급감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를 놓고 화웨이와 접전 중인 삼성전자에겐 반사이익이 돌아올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일본의 경제매체 니케이 아시아 리뷰는 25일 GF증권 제프 푸 애널리스트를 인용해 내년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량이 5,000만대로 줄어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화웨이의 전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2억3,800만대를 기록했다. 푸 애널리스트는 올해엔 화웨이가 미리 쌓아둔 재고를 활용, 1억9,000만대의 제품을 출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과 유럽에서 급성장해 온 화웨이는 현재 미국의 각종 제재에 핵심 부품의 수급 자체가 불투명하다. 미국 상무부에선 "화웨이 통신장비가 백도어(인증 없이 전산망에 침투해 정보를 빼돌리는 장치)를 통해 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지난해 5월 인텔 등 자국내 회사가 생산한 반도체의 화웨이 공급을 차단했다. 이에 화웨이에선 위탁 생산 등 다양한 방법으로 미국의 규제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이로 인해 화웨이와 관련된 미국의 거래 제한 목록은 17일 기준, 152곳에 달했고 이 규제는 다음 달 15일부터 본격 적용될 예정이다.
사실, 화웨이는 첨단 부품 장비와 소프트웨어 시장을 장악한 미국에겐 역부족이다. 그 동안 화웨이 반도체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은 시놉시스 등 미 기업의 소프트웨어에 의존해 자체 칩을 설계했고, 미국산 장비를 사용하는 TSMC에 생산을 맡겨왔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통해 수급해왔다. 사실상 5세대(5G) 프로세서, 와이파이 칩, 디스플레이 장치, 카메라 모듈 등 어느 하나 규제를 피할 곳이 없단 얘기다.
화웨이는 규제 시행 직전까지 핵심 부품 수급에 올인하고 있는 전해졌다. 니케이는 한 소식통을 인용해 "화웨이가 새벽 4시에 부품 공급자에게 전화를 걸거나 자정까지 화상 회의를 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고 보도했다. 대체품을 찾으려해도 메모리의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미국의 마이크론이 전체 시장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반도체 위탁시장에서도 최신 7나노 기술로 생산이 가능한 업체는 TSMC와 삼성전자밖에 없다. 업계에선 화웨이의 재고가 내년 초 전량 소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화웨이가 고성능 스마트폰 생산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가장 큰 수혜는 삼성전자가 받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 화웨이에게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 자리를 처음으로 뺏기면서 자존심이 구겨진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은 전기 대비 4.3%포인트 높은 23.5%로 예상된 반면 18% 선이었던 중국 화웨이의 점유율은 14%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