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자국 출신 국제기구 수장 배출을 위해 팔을 걷고 나선다. 간부급 공무원 인사권을 쥔 총리관저가 인재를 발굴해 국제기구 진출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국제사회 위상 제고와 중국 견제를 동시에 노리겠다는 의도다.
요미우리신문은 26일 정부가 유엔 산하 15개 전문기구에서 일본 출신 수장을 늘리기 위해 인사계획방안을 내각인사국으로 일원화하는 방침을 굳혔다고 보도했다. 일본에서는 현재 국제기구 요직에 출마할 경우 외무성이 중심이 돼 인선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유망한 간부일수록 각 부처에서 놓아주지 않으려 하지 않아 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2014년 발족한 내각인사국이 각 부처의 간부급 인사를 일괄 관리하면서 국제기구에 출마할 인사 추천에 있어 부처간 칸막이를 넘어선 기용을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내각인사국에 전문담당관을 두는 방안도 거론된다.
일본이 국제기구 수장 배출에 적극 나서는 배경에는 국제기구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현재 유엔 산하 15개 전문기구 중 국제전기통신연합(ITU)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유엔공업개발기구(UNIDO),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 4곳에서 자국 출신 사무총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제기구 조직 운영에 자국의 의향을 반영시켜 국제 규칙ㆍ규격 제정을 유리하게 진행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반면 일본은 1999년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사무총장, 2012년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을 배출했지만 현재 15개 전문기구 중 수장을 맡고 있는 곳이 없다. 한국의 경우 임기택 사무총장이 IMO를 이끌고 있다.
내년에는 ICAO와 UNIDO, UNESCO 등에서 사무총장 선거가 예정돼 있어 자민당을 중심으로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부도 이를 위해 해외 정보 수집에 주력할 방침이다. 내각인사국이 경쟁 후보가 나올 수 있는 관계국 동향과 관련해 국가안전보장국(NSS) 내 경제반의 조언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정비할 예정이다. 아울러 미국, 유럽 국가들과 공동전선을 구축하거나 제3국 후보 지원 등 유연한 대응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3월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사무총장 선거에서 일본은 중국 후보 당선을 저지하기 위해 자국 후보 출마를 취하하고 미국, 유럽과 연합해 싱가포르 후보를 당선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