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 ‘김조원과 안 싸웠다’는데… 김외숙은 “언쟁은 해”

입력
2020.08.25 18:30
청와대는 앞서 "가짜뉴스"라며 공식 부인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25일 김조원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의 내부 회의에서 다주택 처분 문제를 놓고 싸웠다는 보도와 관련해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반면 김외숙 청와대 인사수석은 “언쟁한 적은 있다”고 밝혔다.

노 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에 출석해 ‘김 전 수석에게 2주택을 처분하라고 해서 얼굴을 붉히면서 싸웠다고 한다’는 박대출 미래통합당 의원 질의에 “그런 적이 없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노 실장이 계속 부인하자 바깥에서 대기 중이던 김외숙 인사수석을 불러내 같은 질문을 했다. 김 수석은 애초 “싸운 적은 없다”고 답했지만, 박 의원이 ‘(발언이) 기록에 남는다’며 거듭 질문하자 “언쟁(言爭)한 적은 있으나 싸운 적은 없다”고 말했다. 박 의원의 지적한 사실을 사실상 시인한 셈이다.

김 수석은 이어 “싸운다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회의에서는 의견이 다르면 서로 목소리가 높아지는 때가 있다. 두 분 만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앞선 10일 한 언론이 노 실장과 김조원 민정수석이 청와대 공개회의에서 여러 차례 언성을 높이며 다퉜다는 보도를 공식 부인한 바 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당시 서면 브리핑을 통해 “한 마디로 ‘가짜 뉴스’”라며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여권에서는 그간 노 실장을 비롯한 비서실장 산하 5명의 수석비서관이 7일 일괄 사의를 표한 배경에 청와대 고위인사 간의 내부 갈등이 자리잡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김 수석은 이후 퇴임 소회도 남기지 않은 채 청와대를 떠나 뒷말을 남기기도 했다. ‘다주택 참모는 무조건 주택을 처분하라’는 노 실장의 지시에 시달린 김 수석이 ‘섭섭한 이별’을 한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일부에서는 사실상 ‘항명’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당시 “김 전 수석이 7일 사의를 표명한 후 현안 업무를 마무리 한 뒤 문 대통령에게 인사를 드리고 청와대를 떠났다”며 “따라서 ‘뒤끝 퇴장’이라는 언론의 표현은 사실을 상당히 오해한 점이 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동현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