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승계 인정 못해” 장남까지 나선 한국타이어 ‘형제의 난’

입력
2020.08.25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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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식 부회장도 부친 조양래 회장 성년후견 신청


한국타이어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확전되고 있다. 장녀에 이어 장남인 조현식(50ㆍ사진)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이 부친인 조양래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을 신청했다. 지난달 동생인 조현범(48) 사장에게 지분을 넘긴 부친의 결정이 자발적으로 이뤄진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조현식 부회장은 25일 입장문을 통해 “회장(부친)의 최근 결정들이 주변 사람들로부터 받은 사실과 다른 정보에 근거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이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성년후견심판 절차에 가족의 일원으로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 회장의 주식 증여가 정상적으로 이뤄진 것인지 명확하게 밝히겠다는 의도다.

한국타이어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2개월전부터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앞서 조 회장이 6월 자신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23.59% 전량에 대해 약 2,400억 원을 받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사장에 매각하자, 장녀인 조희경(54)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발끈하고 나선 것. 조희경 이사장은 부친인 조 회장이 지분을 공익재단 등 사회에 환원하려고 했다며 “건강한 정신상태에서 자발적 의사로 내린 결정인지 판단을 내려달라”고 조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했다.

당시 재계에선 장남인 조현식 부회장을 대신해 장녀인 조희경 이사장이 전면에 나선 게 아니냐는 시각이 분분했다. 조현범 사장을 제외한 3남매(조현식ㆍ조희경ㆍ조희원) 지분은 30.97%로, 조 회장 지분만 없다면 조현범 사장 지분을 앞선다. 조현범 사장측은 기존 19.31%에, 부친 지분을 합쳐 현재 42.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조 회장은 이런 논란이 일자 “차남에게 경영권을 물려준 것은 오래전부터 생각한 것”이라며 “나이에 비해 매우 건강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며 첫째 딸이 왜 이러는지 정말 모르겠다”고 입장문을 발표했다.

반(反) 조현범 사장 전선에 조현식 부회장이 합류를 선언하면서 한국타이어그룹의 경영권 승계는 사실상 형제간 분쟁으로 확대된 모양새다. 재계에선 성견후견 심판이 개시되면 가족간 불미스런 갈등이 표면에 드러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성견후견제는 노령이나 장애ㆍ질병 등으로 의사결정이 어려운 성인들에게 후견인을 선임해 돕는 제도인데, 재판부가 형제들에게 조 회장의 건강상태 등에 대한 의견을 요구하게 되기 때문이다. 조 회장 역시 법원에 출석해 재판부 심문을 받고 의사 감정을 통해 정신 상태를 확인받아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차녀인 조희원 씨의 공식적인 입장은 나오지 않고 있지만, 대체적으로 형제들의 의사는 일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후견인 지정이 받아들여지면 반 조현범 전선에 힘이 쏠릴 수도 있고, 외부 세력까지 동원한 가족간 다툼으로 번질 수 있어 이번 심판에 관심이 쏠린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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