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5년 조사한 공정위...`일감 몰아주기` 결국 무혐의 처분

입력
2020.08.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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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자녀들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던 정보기술(IT)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은 한화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 심의 결과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 공정위가 장기간 조사에 나섰지만 거래대금이 불공정했는지, 그룹 차원의 지시나 관여가 있었는지를 밝혀내지 못한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4일 기업집단 한화 소속 계열사들의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행위에 대해 심의한 결과 각각의 혐의에 대해 ‘심의절차 종료’와 ‘무혐의’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 사무처는 앞서 한화그룹이 계열사를 동원해 김승연 한화 회장의 아들 3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던 한화S&C에 일감을 몰아줬다고 판단하고, 검찰 고발 등의 제재가 필요하다는 심사보고서를 한화그룹에 보냈다.

공정위는 한화 계열사가 △애플리케이션 관리 서비스 △데이터회선 서비스 △상면(전산실 바닥 윗면) 서비스 일감을 한화S&C에 몰아줬고, 이를 통해 김 회장의 아들 3형제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켰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조사가 진행되던 중 자료 삭제, 은닉행위가 있었다고도 지적했다.

조사 대상 기간은 3형제가 한화S&C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2015년부터 2017년 9월 까지다.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이후 한화S&C는 에이치솔루션과 한화S&C로 분리됐다.

하지만 위원회 전원회의 결과 한화의 이 같은 행위들은 입증이 되지 않아, 무혐의 결론이 났다. 사무처가 검찰 역할을 한다면 위원회는 법원 역할을 한다.

사무처는 한화 그룹 내 22개 계열사가 거래조건 등에 대한 합리적 고려,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없이 한화S&C와 1,000억원이 넘는 규모로 거래를 해 부당 이익을 몰아줬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위원회는 IT서비스 시장에서의 통상적인 거래 관행이나 그룹이나 김 회장 등 특수관계인의 지시ㆍ관여 여부 등 사실관계의 확인이 곤란하다고 보고 ‘심의 절차 종료’로 결정했다.

데이터회선과 상면 서비스 거래 행위에 대해서는 공정위 사무처는 “회선 사용료, 서비스료를 고가로 지급했다”고 주장했지만, 위원회는 “정상가격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위원회는 자료 삭제 혐의에 대해서도 “개인 피심인들이 조사를 방해할 의사가 상당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행위가 중대하고 명백하다고 판단하기 곤란해 미고발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공정위 결정을 존중한다"며 "앞으로도 공정한 거래와 상생협력 문화의 정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세종 =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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