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우리나라 올해 경제 성장률을 당초 -1.2%에서 -0.8%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한국경제보고서를 내놓은 지난 11일, 청와대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OECD가 성장률 전망을 상향 조정한 국가는 우리나라가 처음"이라고 반색했다.
열흘 남짓이 지난 현재, 이렇게 낙관론이 지배하던 올해 성장전망 기류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OECD를 비롯해 경제기관들의 그간 전망의 핵심 전제는 '하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의 약화'. 하지만 코로나가 2차 대유행으로 번지는 '비관 시나리오'가 점점 현실이 가까워지면서 기존 전망 자체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번 주 경제전망을 수정하는 한국은행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더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0.3%에서 -0.5%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국내 민간소비는 3.0% 감소하고 수출은 9.2% 줄어들 것으로 제시했다. 앞서 LG경제연구원도 지난 7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연간 성장률을 -1%로 제시했다.
이들이 성장 전망을 낮춘 것은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국내와 세계의 코로나19 재확산이 예상보다 이른 여름철에 진행되고 있으며 가을과 겨울에 재확산 강도가 심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해외에선 이미 코로나19 재확산 상황이 이어지면서 우리 수출 회복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핵심 경제권인 미국은 경제 재개 조치가 지연되고 있고, 인도ㆍ브라질 등 확산이 지속되는 국가뿐 아니라 일단 확산세가 줄었던 유로존과 일본 등지에서도 최근 코로나가 재확산하면서 경제회복 기세가 꺾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방역 수준을 보여 왔던 국내에까지 코로나19 재확산 공포가 번지면서 방역당국이 자발적인 외부활동 자제를 주문하고 있는 상황이라, 하반기에 민간 소비의 회복을 바라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하반기 성장 회복 전망의 핵심 변수인 내수 소비와 수출이 모두 예상만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한다면, 경제심리가 위축되고 각종 부양정책 효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비관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은행, OECD 등은 이미 이런 비관 시나리오에 입각한 성장전망을 제시한 바 있다. 비관 시나리오의 전제는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기준 시나리오'가 국내외 코로나 확산과 대응 조치의 정점으로 2분기를 상정한 것과 달리 3분기 이후로도 유행이 지속되는 상황을 상정하고 있다.
KDI와 한은은 지난 5월 비관 시나리오에 따른 올해 성장률을 각각 -1.6%, -1.8%로 제시했다. OECD 역시 기준 성장률 전망을 상향 조정하기는 했지만 비관 시나리오에 따른 성장률은 -2.0%로 제시했다.
오는 27일 경제전망 수정 발표를 앞둔 한은은 -0.2%로 발표했던 ‘기준 시나리오’ 전망도 낮출 게 확실시된다. 시장에선 -1% 수준의 전망치를 예상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낙관적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난달 23일 2분기 GDP 브리핑에서 “올해 연간 성장률이 -1%를 방어하려면 3ㆍ4분기 성장률은 각각 1.8% 수준을 나타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