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반려견 하루 최소 2번 산책시키는 법안 발의한 까닭은

입력
2020.08.20 20:28
식품농업부,  "개들이 필요한 운동 못하고 있다"
국내 동물보호단체 "사육 기준 강화, 국내에도 필요"


독일 정부가 내년부터 모든 반려견을 하루에 최소 2번씩, 총 1시간 이상 산책시켜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새 법안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율리아 클뤼크너 독일 식품농업부 장관은 "반려견들을 하루에 최소 2번씩, 총 1시간 이상 산책시킬 것을 명시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그는 반려인들이 개들에게 필요한 운동을 제대로 시키지 않고 있다는 증거에 기반해 새 법안을 추진한다고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독일 내 반려견 수는 940만마리다.

새 법안에는 이외에도 △반려견을 장기간 사슬에 묶어두거나 △하루종일 혼자 두는 행위도 금지된다. 또 △브리더(사육자)가 한 번에 세 마리가 넘는 모견을 돌보는 것도 금지되며 △강아지들은 사회성을 기르기 위해 하루에 최소 네 시간 사람과 지내야 한다. 새 법안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클뤼크너 장관은 “반려동물은 장난감이 아니며 그들의 욕구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전문가 조언을 토대로 법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반려견 약 940만 마리의 산책 시간을 당국이 어떻게 일일이 확인할 것이냐는 지적에 더해 모든 개의 산책 시간을 똑같이 규정한 것을 두고도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식품농업부는 법안을 시행할 책임이 각 주(州)에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구체적 강제 방안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개 훈련사인 안야 스트리겔은 견종, 건강 상태, 나이 등에 따라 개에게 필요한 운동량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루 2시간씩 산책하는 건 어리고 건강한 래브라도 종에겐 좋지만 관절염과 심장병에 시달리는 퍼그한테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열 네 살 된 셰퍼드 종 '블루'를 키우는 라는 발터 슈바이츠는 "블루는 암에 걸려서 짧은 시간의 산책밖에 하지 못한다"며 "다음 번엔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들에게 고양이 화장실 치우는 횟수를 법으로 규정할 것 같다"고 비꼬았다.

클뤼크너 장관이 속한 기독민주당에서도 법안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기민당 소속 연방하원의원인 자스키아 루트비히는 트위터로 "32도에 이르는 더위 속에서 내가 키우는 로디시안 리지백을 두 번이나 산책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대신 시원한 강물에 뛰어들어 열을 식히겠다"고 말했다.

국내 전문가 "실효성 의문이지만... 복지 기준 강화 취지는 공감"


독일의 반려견 사육과 복지에 대한 법이 강화된 것과 관련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어떻게 일일이 산책규정을 준수하는지 확인할지에 대한 내용이 없고, 개체마다 상황이 다른 점이 고려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동물의 복지를 위해 반려인의 관리 의무를 강화한 것은 긍정적이며 취지에는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국내의 경우 동물보호법 상 학대로 인정되는 범위가 좁고 학대가 인정돼도 처벌 기준이 낮은 상황"이라며 "학대 발생 이후 처벌하는 것보다 동물 사육 기준을 강화함으로써 학대를 예방하는 게 더 낫다"고 설명했다. 이어 "독일에는 이전에도 반려견 건강상태나 품종, 나이에 맞게 운동을 시켜야 하는 규정 등이 있었는데 이를 더 강화한 것"이라며 "사육 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국내 동물보호법에도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고은경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