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실패 자인하고도 외부 지원 안 받겠다는 김정은

입력
2020.08.2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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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이 18일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 1월 당 대회 개최를 결정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당 노선, 정책 등의 큰 방향을 정하는 당 대회는 김정일 집권기에 유명무실하다 김정은 취임 뒤 부활한 노동당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눈길을 끄는 것은 내년 노동당 대회에서 당 중앙위 사업 평가나 규약 개정 등과 함께 '다음 해 사업 방향을 포함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제시'를 예고하며 지난 당 대회 이후 시행한 기존 5개년 계획의 성과가 부족했음을 고백했다는 점이다. 북한이 경제 실패를 인정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원회의 결정문에서는 '혹독한 대내외 정세가 지속되고 예상치 않았던 도전'들이 있었지만 '경제사업을 개선하지 못해 계획됐던 국가경제의 장성 목표들이 심히 미진되고 인민생활이 뚜렷하게 향상되지 못하는 결과'를 빚었다고 했다. 2017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강화 이후 만성적인 경제 위축 상태에서 북한은 올해 코로나19 확산으로 대중 무역까지 3분의 1 미만으로 줄며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했다.

게다가 수해까지 겹친 어려운 상황인데도 북한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대북 원조나 제재 완화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 "외부적 지원도 허용하지 말며 국경을 더욱 철통같이 닫아 매고 방역사업을 엄격히 진행하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최근 발언에서도 보듯 도리어 '자력갱생' 의지만 거듭 다지고 있다. 적어도 미국 새 대통령 취임 시기에 열리는 내년 당 대회 전까지는 비핵화 회담보다 경제 재건에 집중해 내부 결속을 다지고 대외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의미다.

문제는 북미 회담이 어렵더라도 남북 협력은 다시 물꼬를 트기 바라는 우리 정부의 노력마저 허사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북한은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추가 도발은 않고 있지만 여전히 남북 협력에 무관심하다. 비핵화 협상의 시기를 저울질하더라도 남북 간 보건, 농업 협력, 철도 연결 사업, 인도적 교류까지 그때로 미룰 이유는 없다. 민족 공존의 뜻을 담은 협력 사업 제안에 북한은 적극적으로 호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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