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교회 '예배 금지 불복' 속… 자성론 이는 개신교

입력
2020.08.2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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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교회發 코로나 재확산 속 
"과학적 견해 거부ㆍ목사 맹신 등 
反지성주의 고질적 병폐" 목소리


코로나19 재확산에 교회의 책임이 부각되면서 개신교를 향한 여론이 악화하고 사회적 비판의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대다수 교회는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와 거리두기를 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코로나19가 교회에 만연한 반(反)지성주의를 들춰냈다"며 개신교에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일 한국교회연합 등 일부 교단과 교회가 비대면 예배로 전환하라는 정부의 방염 지침에 반발하며 예배를 강행할 것을 예고하면서 개신교에 대한 여론은 악화하고 있다. 그러나 개신교 내부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인 남오성 목사는 "방역지침을 엄격하게 지키지 않는다면 앞으로 코로나19가 일부 교회 중심으로 더 나올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사랑제일교회로 시작된 개신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정부의 방역지침에 반발하는 교회가 늘어남에 따라 개신교 전반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개신교 안팎에서도 이번 코로나19 재확산 사태가 갈수록 폐쇄적ㆍ보수적으로 변하는 개신교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 목사와 일부 신자들의 일탈 행동만이 아니라 개신교 특유의 신앙활동도 감염병 확산을 부추긴다는 분석이 많다. 국내 개신교는 천주교와 불교는 물론 해외 개신교회에 비해 신도들에게 집회나 모임 참여를 강하게 독려하는 편이다. 한 개신교 목사는 "자주 얼굴을 봐야 신도들의 결집력이 강해진다는 인식이 오래 전부터 깔려 있다"면서 "예배 도중 큰 목소리로 찬송가를 부르게 하거나, 설교에 맞춰 '아멘' '할렐루야' 등 추임새를 유도하는 목회 방식도 교회 소속감을 높이기 위한 방편"이라고 설명했다.

대면활동이 개신교를 유지하는 핵심 동력인 터라 개신교 지도층과 신도들에겐 온라인 예배에 거부감이 클 수밖에 없다. 교회 측에선 대면 예배를 하지 못하게 될 경우 재정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헌금이 줄어든다는 것도 비대면 예배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신도들에 대한 개별 교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특성도 경우에 따라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전 목사를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사랑제일교회 신도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상철 크리스챤아카데미 원장은 "한국 교회에서 담임목사는 봉건시대의 영주와 같은 지위에 있는데 이런 특성은 보수, 진보 성향을 막론하고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한국 교회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목되는 '반지성주의'도 끊이지 않는 논란의 대상이다. 과학적인 분석이나 전문가의 견해를 거부하고 오직 교회와 신앙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맹신을 말한다. 지난 3월 경기 성남의 한 교회가 "소금물로 입을 소독하면 코로나19를 막을 수 있다"며 신도들에게 소금물을 분무기로 뿌린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 교계 인사는 "여전히 일부 교인들은 '하나님의 권능이 모든 걸 해결할 것'이라는 맹신에 빠져 있다"면서 "오랜 시간 자기내재화에 빠져 있다 보면 객관적인 목소리에 귀 기울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개신교는 천주교나 불교 등과 달리 중앙집권식 교단이 없어 개별 교회에 대해 통제가 어렵다는 점 역시 교계 내부의 문제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전국기독노동조합 추진위원회 대표 엄태근 목사는 "교회가 자정능력이 없기 때문에 전 목사 같은 인물을 파면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개신교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자 일부 개신교인들은 책임을 통감하며 사과하기도 했다. 진보 성향 개신교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지난 17일 코로나19 재확산 상황과 관련해 입장문을 내 "코로나 19 재확산의 중심에 교회가 있음을 참담한 심정으로 인정하며 깊은 사죄의 뜻을 밝힌다"고 밝혔다. 또 18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자신이 기독교인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지금의 교회는 병들었으며 사회 곳곳에서 국민들에게 실망스러운 모습을 계속 보였다"면서 "누군가는 '그들(사랑제일교회)이 사이비 집단이지 기독교가 아니다'고 말하겠지만, 저 괴물을 탄생시킨 모체는 기독교다. 그래서 국민들께 죄송하다"고 썼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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