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명 ‘디모테오’ 문 대통령 “수난의 시간, 모두가 하나 되도록”

입력
2020.08.20 15:30
염수정 추기경 등 천주교 지도자 9명과 오찬간담회


“수난의 시간에 예수님께서 ‘모두가 하나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라고 하셨던 기도 말씀을 되새겨 봅니다.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청와대로 초청한 한국 천주교계 지도자들과 만나 ‘아버지와 내가 하나인 것처럼 이 사람들도 하나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라는 성경 속 구절 일부를 언급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누적된 국민들의 고통과 피로가 다양한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 마음이 매우 지치고, 짜증도 나 있다. 심지어 분노하는 마음들도 많이 있다”며 “국민들의 힘든 마음을 치유해주고 서로의 안전을 위한 연대의 힘이 커지도록 종교 지도자들께서 용기와 기도를 나눠주시길 바란다”고 천주교 지도자들에게 요청했다.


이날 낮 12시부터 1시간 35분 동안 진행된 오찬 간담회에는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과 한국천주교주교회의장 김희중 대주교 등 천주교계 지도자 9명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디모테오라는 세례명을 가진 독실한 천주교 신자지만, 취임 후 천주교 지도자들만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엔 총회 참석 및 코로나19 등으로 수 차례 일정이 미뤄진 끝에 이번에야 만남이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한국 천주교 236년 역사상 처음으로 전국 미사를 중단하는 등 천주교가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충실히 협조해 준 데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더 이상 방역을 악화시키지 않고 코로나를 통제할 수 있도록 종교가 모범이 되어 주시길 부탁 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상황에 대한 고충도 털어놨다. 문 대통령은 “방역 상황이 더 악화가 되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높이게 된다면 우리 경제의 타격은 이루 말할 수 없고 또 고용도 무너져서 국민들의 삶에서도 큰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라며 “정부는 국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으로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거나 무시하는 행동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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