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세무당국과 벌인 1,500억원대 증여세 부과 취소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문제가 된 주식의 실제 소유자가 이 회장이라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20일 이 회장이 서울 중부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등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은 세무 당국에서 부과 처분을 받은 증여세·양도소득세·종합소득세 등 약 1,674억원의 세금 가운데 증여세 1,562억여원을 내지 않게 됐다.
이 회장은 조세피난처 버진아일랜드 등에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한 뒤, 주식을 취득·양도해 이익을 취한 혐의가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서울 중부세무서는 이를 근거로 지난 2013년 9~11월 그에게 증여세·양도소득세·종합소득세 등 총 2,614억원을 부과했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해 일부 세금에 대한 부과 처분 취소를 받았고, 나머지 세금 1,674억원에 대해서도 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이 회장이 주식의 실제소유자이면서도 해외 SPC 또는 금융기관에 명의신탁했다"며 사실상 이 회장의 패소를 선고했다. 이에 따라 1,674억원 가운데 부당무신고 가산세 71억원의 부과 처분에 대해서만 취소 판결이 내려졌다.
그러나 2심은 이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회장이 주식의 실제 소유자라거나, 해외 SPC 또는 금융기관과 명의신탁 합의가 있었던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면서 "증여세 1,562억여원 부과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종합소득세 78억원, 양도소득세 33억 등을 부과한 데 대해선 "이 회장이 해외 SPC를 통해 배당소득, 양도소득 등 실질적 이익을 향유하고 있다"면서 실질과세원칙에 따른 적법한 처분이었음을 인정했다.
대법원도 이 같은 항소심 판결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 관계자는 "상속세나 증여세 부과에서 명의신탁 합의 여부는 과세관청이 증명해야 한다"며 "세무당국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회장이 주식의 실제 소유자라는 점이 충분히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1,600억원대 횡령과 배임, 조세포탈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은 지난 2015년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뒤, 재상고를 포기해 형을 확정받았다. 이후 만성신부전증과 유전 질환 '샤르코마리투스(CMT)' 악화를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받아 풀려났고, 박근혜 정부에서 특별사면을 받았다. 불구속 재판과 형집행정지 등으로 그의 실제 수감 기간은 107일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