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최근 출연기관장 갑질 논란과 채용 비리 의혹이 불거진 광주그린카진흥원을 두고 봐주기 시비에 휘말렸다. 13일간 진흥원 업무 전반에 대해 강도 높은 운영 실태 및 지도 점검을 벌이고도 그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서다. 특히 광주형 일자리 적용 모델인 현대자동차 위탁조립공장 ㈜광주글로벌모터스의 1대 주주인 진흥원의 배정찬 원장이 광주글로벌모터스 대표인 박광태 전 광주시장 사람으로 알려져, 시가 박 전 시장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뒷말도 나온다.
17일 시 등에 따르면 시 자동차산업과는 지난달 16일부터 29일까지 진흥원 업무 전반에 대해 운영 실태와 지도ㆍ점검을 실시했다. 배 원장이 규정에도 없는 전용차를 세금으로 임차해 타고 다니면서 직원 A씨를 개인 운전기사처럼 부린 데다, A씨가 지난해 채용 당시 입사지원서에 허위 사실을 적었는데도 합격한 사실이 드러난 데 따른 것이었다. 시는 이달 5일 지도ㆍ점검 결과를 진흥원에 통보하면서 지적 사항 처분 요구에 대해 조치를 한 뒤 28일까지 보고하도록 했다.
그러나 시는 무슨 이유인지 지도ㆍ점검 결과에 대해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평소 진흥원 운영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 자료이면서 이용섭 광주시장이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온 공공기관 조직문화 혁신이 어느 정도 이뤄졌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정보임에도 감추고 있는 것이다. 이에 시는 "지도 점검 결과 보고서를 전부 공개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는 시가 지도ㆍ점검 결과 중 민감하거나 비난 가능성이 큰 내용은 빼고 경미한 사안만 선택적으로 공개하겠다는 것으로 비춰져 봐주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시가 이처럼 점검 결과를 놓고 쉬쉬하고 있지만 정작 시청 안팎에선 결과 내용이 하나 둘씩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점검 결과 A씨 외에도 채용 비리 의혹이 추가로 불거졌다. 시 관계자는 "진흥원이 직원 채용 자격기준을 임의대로 확대 해석해 학사 제적된 응시자를 자격기준과 동등한 자격이 있다고 인정해 합격시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2018년 11월 배 원장 취임 이후 진흥원이 직원 채용 과정에서 자격기준을 확대 해석하거나 자의적으로 판단해 합격시킨 직원은 모두 5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 낭비 사례도 드러났다. 진흥원의 한 직원은 "배 원장이 취임 직후 자신의 집무실에 카펫을 깔도록 했다"고 털어놨다. 진흥원은 배 원장 취임 당일 한 업체와 원장 집무실 바닥 마감재 변경 공사 계약을 맺은 뒤 집무실 바닥(56㎡)에 153만원을 들여 카펫을 깔았다. 진흥원의 위상 정립이 카펫 설치 목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진흥원은 또 배 원장 취임 이튿날 384만원짜리 고급 회의용 테이블과 의자를 들여놓았다.
진흥원은 특히 지난해 9월 취업박람회를 추진하면서 제한입찰과 관련한 규정을 어겨가며 담당 부서 간부의 부인이 운영하는 업체를 박람회 개최 용역업체(계약금 7,000만원)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 밖에 회계 및 자금 관리, 계약, 인사관리, 복무관리 업무 등에서도 각종 부적정 사례들이 무더기 적발됐다. 이에 따라 시는 관련자들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해 신분상 조치(징계)를 하거나 업무 개선 및 환수를 하도록 진흥원에 요구했다.
하지만 진흥원 자체 징계로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시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했지만, 지도 점검 결과 공개 거부 행태로 보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 "배 원장의 도덕적 해이 등 진흥원 운영을 두고 광주시감사위원회가 감사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이 시장이 광주시 산하 공공기관장 회의에서 근무기강 해이에 대해 엄정조치를 공언한 만큼 시는 광주그린카진흥원에 대해 즉각 특정감사를 실시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