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규 전 비서실장 "직원 누구도 성추행 피해호소 들은 적 없다"

입력
2020.08.17 14:05
"피해자가 전보 원치 않는다고 해 남게 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방조 및 묵인했다는 혐의로 고발된 전직 비서실장 중 1명인 오성규 전 비서실장이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서울경찰청은 17일 오전 오 전 실장을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방조 혐의로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앞서 13일엔 김주명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현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장)이 같은 혐의로 경찰에 처음으로 소환돼 피고발인 조사를 받았다.

오 전 실장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2018년 연말 비서실장 근무 당시 피해자가 비서실에 오래 근무해 (제가) 먼저 전보를 기획했다"며 "본인이 (전보를) 원하지 않는다고 보고 받아 남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박 전 시장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6개월마다 부서를 옮겨달라고 요청했다는 피해자 측 주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오 전 실장은 이날 별도로 낸 입장문을 통해 "고소인으로부터 이 사건과 관련된 피해 호소나 인사이동을 요청받은 바가 전혀 없다"며 박 전 시장 고소인 측 주장을 모두 부인했다. 그는 같은 혐의로 경찰의 참고인 조사를 받은 20여명의 비서실 직원들도 피해호소 사실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출신인 오 전 실장은 2018년부터 올해 4월까지 서울시장 비서실장으로 재직했다. 박 전 시장 재임시절 역대 비서실장 중 가장 오랜 기간 비서실장으로 근무했다.

오히려 그는 고소인 측이 '피해자 중심주의'를 전가의 보도로 앞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피해자 보호를 이유로 객관적인 근거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2차 가해'로 몰아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사건과 관련해 고소인 측의 주장만 제시됐을 뿐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객관적 근거를 통해 확인된 바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소인 측은 심지어 모르고 침묵하는 것도 2차 가해라는 전체주의적 논리로 침묵을 강요하면서 박 시장과 함께 시정에 임했던 사람들을 인격살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찰은 조만간 같은 혐의로 고발된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다른 전직 비서실장과 전·현직 서울시 부시장도 소환할 방침이다. 다만 박 전 시장 핵심 참모들과 피해자 측 진술이 크게 엇갈려 경찰의 방조 혐의 수사는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앞서 경찰 조사를 받은 김주명 전 비서실장도 "(피해자로부터) 성추행에 대한 피해호소를 들은 바가 없다"며 오 전 실장과 같은 취지의 주장을 폈고, 피해자 측은 곧바로 "기본적 사실조차 전부 부인한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반박했다. 피해자 측은 앞서 기자회견 등을 통해 지난 4년간 시장실과 비서실에서 성폭력이 일상적으로 이뤄졌고, 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는데도 묵살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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