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 검사 전 초코우유를 마셔라"… 믿어도 될까

입력
2020.08.16 10:00
[2] "초코우유 마시면 태아가 활발히 움직여" 소문 퍼져 
산부인과 교수들 "근거 없어…도리어 당·카페인 조심"

편집자주

임신을 하게 되면 궁금해지는 것들이 시시때때 생기는데요. 이중에는 의사에게 직접 물어보기 민망할 정도로 사소하지만, 임신 관련 책에도 나오지 않아 답을 구하기 어려운 질문들이 많습니다. 어쩔 수없이 포털사이트나 온라인 맘카페에 글을 올려 답을 구하면서도 마음 한 켠으론 불안함이 가시지 않지요. 그런 궁금증을 모아 산부인과 전문의에게 묻고 또 물었습니다.


"초음파 검사 전에 초코우유를 마시면 태아가 잘 움직여서 더 잘 보인다고 하던데 정말인가요? 그럼 검사 앞두고 얼마나 일찍 마셔야 하나요?"

임신 초기 먹을 것과 관련해 접하게 되는 속설 중 하나는 바로 "초음파 검사 전 초코우유를 마시면 태아 활동이 활발해진다"는 것일텐데요. 맘카페 등에 수시로 올라오는 이 속설의 바탕에는 '단 음식을 먹거나 음료를 마시면 태아가 움직임이 활발해져 다양한 자세를 취하기 때문에 초음파로 이곳저곳 검진하기가 쉽다'는 믿음이 깔려있어요. 또 1~2주, 길게는 한 달 만에 보는 초음파에서 꼬물거리는 태아의 모습을 보면서 안심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맘카페에서 초코우유에 관한 질문은 생각보다 구체적입니다. 단순히 "초코우유를 마시는 게 초음파 검사에 도움이 되나요"라는 질문은 물론 "초코우유를 검사 얼마 전 마셔야 하나요", "얼만큼 마셔야 하나요"라는 내용도 있어요.

문제는 이 '초코우유 태아 활성화설'의 근거가 있냐는 건데요. 달콤한 초코우유가 태아를 춤이라도 추게 하는 걸까요. 혹시 부작용은 없을지요. 초코우유의 영향과 원리, 부작용을 알아봤습니다.


초코우유의 태아 활성화설? 의사 曰 "근거 없는 이야기'


산부인과 교수들은 의학적으로 초코우유가 태아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알려진 게 없다고 합니다. 곽동욱 아주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실제 단 음식을 먹은 산모의 태동을 감시하고 연구한 결과를 발표한 뒤 그 내용을 참고해야 하는데 이런 연구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라며 "유사 연구를 종합한 메타 분석한 결과, 단 음식이 태동 검사에서 태동을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키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평소 음식을 먹을 때 태동을 잘 느끼는 산모라면, 태아를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 소량의 우유나 주스를 먹는 게 도움이 될 수는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곽 교수는 "외국에서는 초코우유 대신 오렌지 주스를 마신다고 한다. 아마 당분을 섭취하는 비슷한 과정일 것"이라고 말했어요.

초코우유 속 당분이 아닌 카페인이 태아의 움직임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전승주 가천대 길병원 교수는 "초코우유 등 카페인 함유 음료를 너무 많이 마시게 되면 카페인 성분이 태아의 과각성(모든 자극에 예민해지는 흥분 상태)을 일으켜 태아가 좀 더 활발히 움직이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어요.

그렇다면 임신 후기 '태동 검사(태동에 대한 반응으로 태아를 검사하는 것)'를 앞두고 초코우유를 마시는 건 어떨까요. 전문가는 이를 추천하진 않습니다. 곽 교수는 "태동을 느끼는 시기에 산모가 태동을 느끼는 건 태아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중요한 과정"이라며 "진료일이 아니더라도 태동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경우 검진을 받는 것이 좋고 이 과정에서 태동을 늘리고자 초코우유 등 단 음료를 계속 마시는 건 좋지 않다"고 조언했습니다.


초코우유 속 카페인은 괜찮은 걸까


주의해야 할 점도 있습니다. 먼저 초코우유 카페인 함유량이 생각보다 높을 수 있으니 알고 마셔야 한다는 점인데요. 실제 맘카페 등에는 "무심코 마신 ○○브랜드 초코우유 속 카페인이 커피나 에너지 드링크보다 훨씬 높더라"는 글도 종종 올라옵니다. 카페인이 태아에게 좋지 않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는 거죠.

전 교수는 "카페인은 혈액 속에 카테콜아민이라는 물질의 분비를 증가시키는데 이는 자궁 태반 순환계의 혈관수축을 일으켜 태아의 저산소증을 유발해 심한 경우 유산·조산·저체중아·태아 사망 등을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으나, 건강한 임신부가 통상적 양(하루 300mg 미만)의 섭취로는 태아 발달에 큰 영향이 없다"며 "하지만 2010년 미국 산부인과학회에서는 하루 200mg 미만의 카페인 섭취를 권고하고 있고, 그 이상 카페인을 먹는 것은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모든 초코우유가 위험한 건 아닙니다. 전 교수는 "초코우유에는 약 5~8mg의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태아의 발육을 방해하고 유산율을 높이는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어요. 다시 말해 "간헐적으로 마시는 초코우유의 카페인 성분이 '태아에게 좋지 않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인데요.

대신 태동을 위해 매일 혹은 자주 마시는 건 당연히 좋지 않겠지요. 비단 카페인 때문만은 아니고요. 초코우유나 주스처럼 당분이 많은 음료의 경우 체중 증가나 임신성 당뇨 빈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해야 한다고 해요.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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