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가 그토록 지키려던 한국에서, 열심히 살겠습니다”

입력
2020.08.12 16:43
법무부, 독립유공자 후손 21명에게 국적 부여 
중국ㆍ카자흐ㆍ쿠바 국적 후손들 한자리에


“할아버지의 독립운동으로 대한민국 국민이 된 만큼, 더 열심히 살아보려 합니다. 한국말도 열심히 공부하고, 취업도 하고 싶어요.”

75주년 광복절을 사흘 앞둔 12일 중국 동포 송미령(31)씨는 공식적으로 ‘한국인’이 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8년 전 재외동포비자(F-4)로 한국에 건너 온 송씨는 일제 강점기 시절 중국 상하이(上海)에 수립된 임시정부에서 법무부장, 외사국장을 지내며 항일투쟁을 벌인 박찬익(1884~1949) 선생의 외고손녀다.

송씨는 생전에 박 선생을 직접 보진 못했다. 하지만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독립국가 건설을 위해 선조가 남긴 발자취를 공부했다고 했다. 그는 “(외고조) 할아버지가 그토록 사랑하고 지키려 했던 이 땅에서 한국사람으로 살아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앞서 박 선생의 외손녀이자 송씨의 할머니인 신신애(86)씨와 다른 가족들은 지난 2018년 독립유공자 후손임을 인정받아 먼저 한국 국적을 취득한 바 있다.

법무부는 이날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송씨를 비롯, 12명의 독립유공자 후손 21명에게 한국 국적증서를 수여했다. 중국 동포가 14명으로 가장 많고, 카자흐스탄인(4명)과 러시아인(2명), 쿠바인(1명)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 2006년 법무부의 첫 특별 귀화 허가 이후, 현재까지 한국 국적을 취득한 독립유공자 후손들은 총 1,204명에 달한다.


세계 곳곳에서 독립운동을 펼친 선조들의 활약상에 비견될 정도로 후손들의 면면도 다양했다. 쿠바에서 10년간 ‘대한인국민회 마딴사스 지방회’의 구제원으로 활동했던 이승준(1882~1947) 선생의 증손자인 프리에토리 아우렐리오(25)씨가 대표적이다. 국적 취득 이전부터 한국인이 될 준비를 틈틈이 해 왔다는 그는 “작년에 어학교육원에서 한국어 과정을 졸업했다”며 “한국의 대학교에 진학해 관광경영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강원 양양군에서 농민조합을 만들고 사회과학 연구활동을 했던 전창렬(1895~1975) 선생의 외증손자인 리옌수(28ㆍ러시아 국적)씨도 “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우신 증조할아버지가 정말 자랑스럽다. 떳떳한 한국 시민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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