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단행된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 대해 '윤석열 검찰총장 고립시키기'라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현직 검사들 사이에선 의외로 차분한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번 인사가 던지는 메시지를 놓고 토론이 필요하겠지만, 그 의미를 과대평가해 휘둘릴 필요는 없다'는 취지다.
박철완(48ㆍ사법연수원 27기) 부산고검 창원지부 검사는 10일 오전 검찰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우선 "인사권자는 인사를 통해 자신의 철학을 검찰 조직에 주입하고, 구성원들은 인사를 토론과 노력의 계기로 삼아 본질적 가치(검찰 조직의 정체성을 구성하고 활동의 판단근거가 되는 가치)를 수정하거나 심화시킬 수 있다"고 전제했다. 그리고는 "인사권자인 대통령께서, 이번 인사를 통해 검사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내고, 또 어떤 가치, 비전을 가지라고 말씀하시는지 생각해 봤다"고 글을 쓴 이유를 설명했다.
박 검사는 이번 인사의 메시지를 '윤 총장이 주도한 수사', '검찰의 본질적 기능' 두 가지에 대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먼저 "(대통령께선) 윤 총장님이 주도한 수사는 잘못된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듯하다. 잘못된 지점이 방식인지, 결론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두 가지를 모두 지적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검찰은, 경찰이 주도하는 수사 활동을 사후 통제, 정리하는 역할에 집중하고 특히 직접수사 업무를 하지 말라. 소위 '거악의 척결'을 검찰의 본질적 기능이라고 생각하지 말라는 뜻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박 검사는 "인사는 우리가 살면서 맞닥뜨리는 여러 메시지 중 하나에 불과한데, 과하게 그 의미나 크기를 평가하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실천방안도 제안했다. '검사직의 본질, 사법영역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깊이 있는 토론'을 하자는 것이다.
박 검사의 제언에 동료 검사들도 댓글을 달아 공감을 표했다. 김석우(48ㆍ27기) 서울고검 형사부장은 인사의 의미에 대한 박 검사의 지적에 찬성 의견을 제시하며 "최근 보도되는 것을 보면 '검사들이 인사에 굉장히 집착한다'는 왜곡된 이미지로 국민들에게 비춰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김 부장은 "인사 결과에 검사들이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야말로 일방 정치세력이나 언론에 이용당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정희도(54ㆍ31기) 청주지검 형사1부장도 댓글에서 "외부인이 '검사님들은 암에 걸려도 인사에 목을 맨다면서요'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너무 어이가 없었던 적이 있다. 요즘 검사들 중 이렇게 인사에 목매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