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집단면역 형성 조건, “항체 10개월 지속, 백신 효과 75% 이상”

입력
2020.08.08 09:00
학계 보고된 항체 지속기간 짧아 
바이러스 변이로 백신 효과도 우려
"집단면역 형성 성공할까  의문"
"사회의 방역 체계 유지가 중요"


대유행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사람들이 집단면역을 갖게 되려면 항체가 10개월 넘게 지속돼야 하고, 효과가 75% 이상인 백신이 개발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면 집단면역 형성도 기대하기 어려울 지 모른다는 것이다.

천병철 고려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지난 7일 ‘집단면역으로 코로나19의 확산을 차단할 수 있을까’를 주제로 열린 온라인 포럼에 발제자로 참석해 코로나19의 집단면역 형성 조건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이 포럼은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공동 주최했다.

천 교수를 비롯해 이날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대유행을 종식시킬 유일한 방법은 집단면역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집단면역은 특정 병원체에 대해 면역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일정 수준 이상 많아지면 해당 병원체 전파가 차단되면서 면역력이 없는 사람에게도 감염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집단면역을 확보하는 방법은 크게 자연 감염과 백신 접종의 두 가지가 있다. 이날 전문가들은 많은 이들이 자연적으로 코로나19에 걸려 항체가 생기길 기다리는 자연 감염으로는 집단면역 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처음 시도한 스웨덴의 사례를 학계는 실패로 평가하고 있다. 이혁민 연세대 의대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스웨덴의 항체 양성률은 현재 10%를 넘을 것으로 추정되나 5,700명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며 “우리나라로 치면 3만명이 사망한 것과 같은 피해”라고 설명했다.

결국 많은 사람이 백신을 맞아 항체가 생겨 집단면역이 형성되도록 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다만 조건이 있다. 천 교수는 “항체가 10개월 이상 유지되고, 효과가 75% 이상 되는 백신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방어하는 항체의 능력이 1년 가까이 지속돼야 하고, 백신이 코로나19에 10명 걸릴 것을 2, 3명만 걸리는 수준까지 줄여줘야 한다는 의미다. 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매년 인구의 70% 정도를 예방접종함으로써 코로나19 대유행을 막을 수 있다고 천 교수는 예상했다. 그는 “백신의 효과가 이에 미치지 못하거나 항체 지속기간이 짧으면 백신을 통한 집단면역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걱정스럽게도 지금까지 알려진 코로나19 항체의 지속기간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황응수 대한백신학회 회장은 “과거 다른 종류의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는 한번 형성되면 6개월~1년 안에 소실돼 인체가 다시 감염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는 코로나19 역시 항체의 면역반응이 짧게 유지될 거라는 추정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내에서 코로나19에 걸렸던 사람들은 감염 후 약 4일이 지나면 대부분 항체가 생긴 것으로 보고돼 있다. 그러나 지속 기간은 길지 않다. 김남중 서울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까지의 임상 자료들을 토대로 판단하면 항체가 생기더라도 병을 의미 있게 방어할 수 있는 수준으로 1, 2년 동안 지속될 거라고 예상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감염 후 생긴 항체는 조기 소실 가능성이 높고,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변이가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집단면역이 성공적으로 형성될 지에 대해 의문이 많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인구의 60~70%가 항체를 갖고 있어야 집단면역이 형성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 비율은 현재 0.03%에 불과하다. 외국도 대부분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천 교수는 “항체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지속하면서 특히 이번 겨울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을 확보하는 것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문가들은 생물학적 의미 이외에 사회적 의미의 집단면역 역시 중요함을 강조했다. 김상일 가톨릭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 사회의 방역 체계를 어떻게 유지하고 적용해갈 지도 집단면역 확보를 위해 중요하게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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