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세계에서 환경운동을 하다가 목숨을 잃은 이들의 숫자입니다. 파리기후협약이 맺어진 2015년 12월 이후 일주일마다 평균 네 명의 환경운동가가 숨졌다고 하는데요.
특히 전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각국에서 이동제한(록다운)이 이뤄지면서 환경운동가들의 목숨이 더 위태롭게 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최근 보도했습니다. 할리우드 배우인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도 관련 기사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면서 이 사실이 널리 알려지고 있는데요.
지난해 환경운동가가 목숨을 잃은 사건의 절반은 콜롬비아와 필리핀에서 발생했습니다. 콜롬비아는 64명, 필리핀은 43명이었죠. 이어 브라질(24명), 멕시코(18명), 온두라스(14명) 순이었는데요. 살해된 환경운동가의 약 3분의 2가 중남미 국가에서 유명을 달리한 겁니다.
하지만 집계되지 않은 사람들도 많아 실제 목숨을 잃은 이는 훨씬 많을 수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하고 있습니다. 피살된 환경운동가 수는 2018년(164명)보다 30% 가까이 급증했고, 2017년보다 11명이나 늘어났습니다. 이는 환경운동가를 살해한 대부분의 사건이 제대로 수사되지 않고 범인은 처벌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단체의 주장입니다.
환경운동가들은 광산업계, 농업, 벌목 관련 반대 운동을 하다가 피살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요. 레이첼 콕스 글로벌 위트니스 캠페이너는 “주로 기업식 농업, 오일, 가스, 광산 분야에서 토지와 환경을 지키려는 운동가들이 범죄자들의 공격 대상이 된다”고 말합니다.
환경운동가의 희생이 가장 많은 콜롬비아의 경우 2016년 정부와 반군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이 평화 협정을 맺은 뒤에도 또 다른 폭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역 범죄 조직이 FARC 자리를 대신한 건데요. 콜롬비아에서만 지난해 마약 대신 코코아 재배 등으로 전업을 돕는 활동가 14명이 피살됐다고 가디언은 전했습니다.
필리핀의 경우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토지를 플랜테이션(대규모 상업 농장)으로 바꾸는 것에 반대했던 한 원주민 리더가 만다나오섬 북부에서 공중 공격을 받고 숨진 사건을 포함해 환경운동가들이 위험에 처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남미에선 아마존 지역에서만 33건의 환경운동가가 목숨을 잃는 일이 발생했는데요. 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온두라스의 경우 2018년 4건에서 지난해 14건으로 사망자가 크게 늘었습니다. 2016년 3월 수력발전용 댐 건설 중단을 촉구한 온두라스의 대표적 환경운동가 베르타 카세레스가 자택에 침입한 무장 괴한들의 총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는데요. 희생된 이들은 거주지를 지키고자 벌목이나 광산채굴 등을 막으려 한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한편 코로나19로 환경운동가들이 공격을 받을 위험성이 커졌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자택 격리 도중 살해 당하거나, 코로나19에 노출된 원주민들을 상대로 정부가 적극적 대처를 하지 않는 방식입니다. 지난 3월에는 콜롬비아 원주민 지도자 오마르 등 2명이 코로나19로 자택 격리 중 목숨을 잃었는데요, 피해자의 친척 2명도 공격을 받아 심하게 다친 상황입니다.
브라질에서도 지역 원주민들은 코로나19로 인해 큰 타격을 입고 있는데요, 군 장교출신인 극우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개발 정책에 반대하는 원주민 커뮤니티를 없애기 위해 코로나19를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받고 있습니다.
글로벌 위트니스는 "코로나19에 취약한 커뮤니티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늦은 대처를 함으로써 감염률을 높이고 있다"며 "개발 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을 겨냥해 비인간적인 방법으로 공격을 하고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