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명분 없는 파업 철회하고 대화 나서라

입력
2020.08.06 04:30
27면

정부가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료계 단체의 ‘대한민국 보건의료 발전계획 협의체’ 구성 요구를 5일 수용했다. 하지만 의협은 정부가 정책 수정 의사 없이 협의체만 만드는 건 의미 없다면서 파업을 강행할 태세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7일, 개원의로 구성된 의협은 14일로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이번 사태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에 의료계가 반발하면서 빚어졌다. 정부ㆍ여당은 앞서 2022학년도부터 10년간 의대 정원을 총 4,000명 늘리기로 확정했다. 정책의 취지는 의료의 공공성 강화다. 총 3,000명을 중증 필수 의료 분야에 10년 동안 의무 종사하는 지역 의사로 선발하겠다는 것이다. 공공의대 신설도 추진된다.

한국의 의료 체계나 접근성이 세계적 수준이라는 건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재확인됐다. 그러나 수도권과 지방 간 의료 양극화가 심각하다는 문제 또한 드러났다. 흉부외과ㆍ일반외과ㆍ산부인과 등은 그러잖아도 비인기과로 전공의들의 외면을 받는데, 서울에서 멀어질수록 의사를 찾기가 쉽지 않다. 통계를 봐도, 서울과 경북의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는 2.3배 차이가 난다. 의대 정원이 2006년 이후 14년간 40개 의대(의전원 포함) 3,058명으로 묶여 있는 사이 의료 격차는 더 벌어진 셈이다.

의사들이 파업으로 정부 방침에 맞서는 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한 집단 이기주의로 비칠 측면이 있다. 그러나 정부 역시 의대 정원 확대가 근본 처방이 아니라는 의료계의 주장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일부 과목은 낮은 의료 수가(의료서비스의 대가) 때문에 수술할수록 손해로 인식돼 온 게 사실이다. 의협은 정책 발표에 앞서 공식 협의 절차가 없었다는 점도 문제 삼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파국으로 치달을수록 피해를 보는 건 의료 소비자인 국민이다. 먼저 의료계가 명분 없는 파업 계획을 철회하고 정부와 대화에 나서기 바란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