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관이 출동했습니다.”
서울시가 마스크 미착용자에 대한 '시민 신고제'를 시행한 첫날인 3일 ‘또타지하철’ 어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에서 신고버튼을 눌렀더니 곧바로 이런 답장이 왔다. 아침 출근길 공덕역에서 마스크 없이 지하철에 탄 남성 승객을 신고했더니, 지하철 보안관은 신고가 접수된 열차칸에 나타나 해당 승객에게 "마스크를 써달라"고 요청했다. 신고 10분 만에 모든 상황이 마무리됐다.
이날부터 지하철 마스크 미착용자에 대한 스마트폰 신고제가 본격 시행됨에 따라, 한국일보 기자들이 출근길 지하철 주요 역사에서 마스크 미착용 승객을 찾아 앱 신고 기능을 이용해 봤다.
앱 신고제는 '대중교통 내 마스크 의무 착용'규제에 이은 후속 대책이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도 여전히 마스크를 쓰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민원을 반영한 것이다. 실제 지하철 내 마스크 미착용 민원은 지난 두 달 동안 1만 6,631건이나 접수됐다.
신고는 어렵지 않다. ‘또타지하철’ 앱에 접속한 뒤 민원신고(질서저해)를 클릭, 신고유형에 '마스크 미착용’ 버튼을 누르면 끝난다. 앱이 자동으로 신고자가 있는 열차칸 위치 번호를 추적하기 때문에, 신고 장소를 입력할 필요도 없다.
본보 기자들은 이날 마스크를 쓰지 않고 지하철을 탄 승객 6명을 앱으로 신고해봤다. 신고 접수는 즉각 이뤄졌지만 이 중 5명은 보안관이 도착하기 전 열차에서 내려 실제 계도 조치는 이뤄지지 못했다. 보안관 한 명 당 관리하는 열차가 많아 출동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게 서울교통공사 측 설명이다. 현재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1~8호선 278개 역사에는 약 300명의 보안관이 오전ㆍ오후 교대로 근무를 서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마스크 미착용 단속 업무는 추가로 주어진 업무라서 모든 신고를 신속히 대응하는 데엔 물리적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신고 대상이 맞는지 애매한 경우도 있다. 마스크를 쓰기는 했지만 턱에 걸쳐 쓴 이른바 ‘턱스크족’이 그런 경우다. 한 승객은 "출근길에 사람이 붐벼 답답한 마음은 이해가지만 그래도 마스크를 턱에만 걸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배려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막상 마스크 미착용자를 찾아도 해당 이용객이 마스크를 가져오지 않았다면 마땅히 대응할 방법을 찾기도 어렵다. 이날도 마스크 미착용자를 적발한 한 보안관은 출근시간이라 어쩔 수 없이 자기가 사비로 산 마스크를 제공하기도 했다.
시민 신고제가 시행되긴 했지만 이용객 절대 다수가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있어 정작 앱을 이용할 일은 많지 않았다. 지하철 자판기에서 마스크를 구입한 한 승객은 “마스크를 깜빡 놓고 나왔는데 안내문구를 보고 생각이 났다”며 “다른 승객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매일 착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