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전 세계 노년층의 건강이 위협받는 동안 젊은층도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고 있다. 젊은 세대에 집중된 재정적 타격 이야기다. 젊은 노동력의 비중이 높은 서비스업ㆍ여행업ㆍ소매업 등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커지기 시작한 세대 간 재정 격차가 심화하는 양상이다.
독일제약기업협회(BAH)는 2일(현지시간) "18~29세 국민 2명 중 1명이 코로나19로 경제적 위기를 실감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BAH가 닐슨에 의뢰해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1,000명 중 3분의 1이 코로나19 사태로 금전적 손실을 실감한다고 답했다. 특히 이 가운데 18~29세의 응답 비중이 가장 높았고, 재정적 위기를 느낀다는 30~39세 비율도 38%나 됐다. 반면 60대 이상은 15%만이 경제적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답했다.
영국 가디언도 이날 인권단체 '호프낫헤이트(Hope not Hate)' 조사를 인용해 "영국의 16~24세 중 3분의 2가 코로나19의 경제적 대가를 자신들이 속한 세대가 치를 것으로 믿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올해 18~24세 실직자가 지난해보다 60만명 늘어날 것이라는 싱크탱크 레졸루션재단의 지난 5월 보고서를 언급하며 "코로나19가 우리의 미래를 훔쳐갔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은 "2008년 금융위기의 후유증을 겪으며 성인이 된 젊은 세대가 코로나19로 경제 봉쇄와 고용시장 붕괴까지 겪게 됐다"면서 특히 남유럽의 상황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노동시장이 경직된 스페인ㆍ그리스ㆍ이탈리아ㆍ프랑스에선 젊은이들이 장기 고용계약 일자리 접근이 어려웠다. 이탈리아의 경우 코로나19로 사라진 일자리 종사자 중 절반이 35세 미만이었다.
코로나19 최다 발병국인 미국에서도 전체 연령층 가운데 젊은층의 실업률이 훨씬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6월 실업률은 11.1.%로 이 중 16~19세의 실업률이 23.2%로 가장 높은 데 비해 55세 이상 실업률은 9.7%에 그쳤다. 유엔 국제노동기구(ILO)는 지난 5월 말 "전 세계 18~29세 6명 중 1명 이상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일을 그만뒀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젊은층의 재정적 위기는 가뜩이나 커지고 있는 계층 갈등을 악화시킬 수 있어 우려된다. 이에 각국 정부가 젊은층의 불안정한 근로 조건 개선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탈리아의 남북 간 격차 해소 정책을 총괄하는 주세페 프로벤차노 남부장관은 "청년실업은 지난 수십년간 이뤄진 나쁜 정책들의 결과"라며 "기업들이 젊은이와 여성을 고용할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탈리아에선 고용유지를 위해 무급휴직이 광범위하게 적용되지만 젊은층이 상당수 포함된 단기 계약직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호주 ANZ은행의 캐서린 버치 연구원은 "젊은층이 더 이상 뒤처지지 않게 하려면 코로나19 경기부양책의 수혜 대상을 세분화한 대규모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블룸버그통신도 "팬데믹 위기가 부동산 소유자와 그렇지 않은 이들 사이의 불평등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젊은층에 대한 대규모 지원을 촉구했다. 호주 싱크탱크 퍼캐피타의 셜리 잭슨 연구원은 "젊은층을 노동시장 바깥에 오랜 기간 방치하면 미래에도 더 나은 직업을 찾으려 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