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달 2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의심자가 재입북했다고 발표하면서 정부가 발칵 뒤집혔다. 2017년 탈북했던 김모(24)씨가 같은 달 18일 한강 하구를 헤엄쳐 월북했던 정황은 곧바로 확인됐다. 군의 경계태세 구멍부터 시작해 성폭행 혐의로 김씨를 수사하던 경찰 대응까지 여러 문제가 제기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나선 사안이라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다. 지난 1주일 소동을 되짚어보기 위해 외교안보당국과 경찰 등을 취재했던 기자들이 카톡방에 모였다.
달빛 사냥꾼(달빛)= 북한이탈주민(탈북민) 김씨 재입북 사실은 북한이 먼저 공개했죠.
평화의 비둘기(비둘기)= 북한 관영매체들이 26일 오전 6시 ‘코로나19 의심 탈북민이 재귀향했다’는 내용을 일제히 전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개성시 완전 봉쇄를 지시하고, 노동당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해 국가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전환했다고 보도하면서 남측에도 비상이 걸렸죠.
꺼진 불도 다시 보자(꺼진 불도)= 북한 보도 전까지 당국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죠. 정경두 국방부 장관 역시 “(북한 보도 후) 오전 7시 전후에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전화를 받고 합동참모본부에 확인을 시켰다”고 했으니까요.
마음은 콩밭에= 청와대도 당일엔 “군에서 조사해 발표를 할 것”이라고 줄곧 선을 그었습니다. 물론 여론도 청와대에 책임을 묻는 분위기는 아니었고요. 다만 ‘경계 실패’는 인정할 수밖에 없는 만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통해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고 합니다.
달빛= 26일 오전만 해도 정부 분위기는 북한 발표에 반신반의였던 것 같은데요.
비둘기= 북한의 첫 보도 직후 정부 당국자들은 헛웃음을 지었어요. ‘탈북민이 코로나19 감염이 됐다면 질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남한을 두고 왜 북한에 가겠냐’는 의문 제기였죠. 코로나19로 경제난이 심각한 북한이 책임을 전가할 핑계거리를 찾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죠.
꺼진 불도= 그러나 합참이 같은 날 오후 2시 30분 “일부 인원을 특정해 확인 중”이라고 발표하면서 ‘헤엄 월북’이 확인됐죠. 군 당국은 이후 월북 지점을 경기 김포, 인천 강화도, 교동도 일대로 압축하는 등 진상 파악에 나섰습니다.
달빛= 초반엔 군 경계 실패 지적이 많았죠.
꺼진 불도= 특수부대 출신도 아닌 일반인 탈북민이 삼엄한 경계망을 뚫고 헤엄을 쳐서 북으로 ‘무혈 재입성’하고 1주일이 지나도록 모른 것은 충격이었죠. 해병대 2사단이 관할하는 강화도 일대는 철책과 각종 장비로 경계가 나름 삼엄한 편입니다. 그런데 김씨가 감시 사각지대인 ‘철책 아래 배수로’로 빠져나가면서 경계망이 무용지물이 된 셈이죠.
달빛= 경찰의 대처를 두고도 논란이 있었는데요.
탄산 빠진 사이다(사이다)= ‘탈북민이 월북 전 성폭행 피의자로 경찰에서 이미 조사를 받고 있었다’는 주장이 탈북민 유튜브 채널과 커뮤티니 등을 통해 미리 알려졌죠. 김씨는 6월 탈북민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에서 한 차례 피의자 조사를 받았는데 이후엔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어요. 특히 제보자는 지난달 18일 김씨가 자신의 차량을 절도했다고 신고하며 “탈북민이 월북하려 한다”고 경찰에 밝혔다고 주장하는데, 경찰은 “그런 사실이 없고 ‘월북하려 한다’는 내용은 19일 오전 1시 1분 문자를 보내온 게 전부”라고 해명했어요. 경찰은 또 “112 녹취록엔 ‘월북’ 단어가 없다. 2차례나 확인했다”며 억울해 하네요. 이유 불문 제보자의 신고나 경찰 뒷북수사 논란 모두 ‘버스 지난 뒤 손 흔드는 격’이 됐지만요.
옥류관 평양냉면(평냉)= 경찰 제보 입수 후 5일 동안 경찰이 놀고 있었던 건 아니라는 설명도 합니다. 제보자 조사와 김씨 출국금지(20일), 구속영장 신청(21일) 등을 했으니까요. 그러나 전문가들도 경찰이 월북 첩보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더라면 더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다고 해요. 첩보를 받고 34시간이 지나서야 제보자를 조사했던 것도 경찰의 안일함을 보여주는 대목이고요. 결국엔 경찰도 늑장 조사라는 비판을 인정했습니다.
사이다= 경찰 조사 과정에선 김씨가 왜 수경을 놓고 갔는지 의문도 제기됐습니다. 그가 건넌 곳은 한강 하류와 서해가 만나는 곳이어서 물때(밀물·썰물)를 알지 못하면 휩쓸려 익사할 수 있거든요. 아마도 수경이 오히려 시야를 방해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 아닌가 하는 게 경찰의 귀띔이에요.
평냉= 김씨는 월북 전 유튜브에서 개성공단이 문을 닫으며 생계가 어려워져 탈북을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어요. 고압선ㆍ가시철조망ㆍ지뢰밭을 모두 거쳐 넘어 왔다고 했는데요. 보통 탈북자들은 중국 쪽 국경을 넘어 오기 때문에 김씨의 경우는 굉장히 이례적입니다. 그래서 이렇게까지 어렵게 탈북을 해놓고 재월북을 한 이유에 의문도 제기됐죠.
달빛= 경계하는 군 입장에선 억울한 부분도 있죠. 북에서 침투하는 쪽으로 맞춰뒀는데 뒤통수 쪽에서 빠져나간 셈이니까요.
꺼진 불도= 탈북민 김씨의 재입북 행적이 감시장비에 7차례나 찍혔는데도 이를 막지 못한 것은 경계 실패죠. 다만 군 당국은 해안 경계선만 250여㎞가 넘는데 1,500명 정도 되는 인원이 이를 다 책임지기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점을 토로하고 있어요. 강화 김포 지역 해병대 배치 군사전략 목표도 따져봐야 하고요. 그렇다고 군의 경계 실패 책임이 줄어드는 건 아니죠. 최근 1년간 정경두 장관은 목선 삼척항 입항, 제주 해군기지 민간인 불법 침입, 충남 태안 중국인 밀입국 선박 경계 실패에 이어 이번 ‘헤엄 월북’까지 4번째 사과를 했을 정도니까요.
레고는 설명서대로(레고)= 우리 군의 경계태세라는 건 '대북' 경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잖아요. 과학화경계시스템이라고 부르는 모든 감시장비도 기본적으로 북측을 바라보고 있죠. 남측 인원의 월북은 대북경계의 바깥 영역인 셈이죠. 물론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방 경계의 범위를 쌍방화하는 노력이 뒤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달빛= 첫 보도 이후 북한은 예상 외로 잠잠한데요.
비둘기= 김씨의 월북이나 코로나19 전파를 두고 남측을 비난하는 모습은 현재까지 찾아보기 어려워요. 남측 보건 당국이 김씨의 감염 가능성이 낮다는 과학적 근거를 계속 발표하고 있어서 북한이 섣부르게 '남한 탓에 코로나19가 전파됐다'고 주장하긴 어려울 겁니다. 다만 최소 격리 기간(30일)이 지나면 '김씨가 코로나19에 걸렸으나 북측 의료기술 덕에 다 나았다'고 체제 선전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요.
달빛= 이 문제가 남북관계와 탈북민 정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나요.
비둘기= 이인영 신임 통일부 장관이 이번 사태에 대해 "북한 주민들의 건강이 나빠지고 일상생활이 어려워지지 않을지 걱정된다. 아주 정성스럽고 따뜻한 마음을 담아 위로하고 싶다"고 말한 게 의미심장합니다. 북이 호응만 하면 남북대화가 전격적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남북이 보다 근본적인 감염병 대응체계를 구축하려면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하고 평양종합병원에 각종 의료기기를 지원해야 한다는 정부 안팎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어요.
레고= 여러모로 의문이 남는 사건입니다. 재입북한 김씨가 정말 코로나19 감염자라면 수 킬로미터를 수영해서 월북할 수 있었을까? 북한은 왜 그렇게 발표를 했을까? 남측에서 저지른 성범죄 처벌을 피하기 위해 꼭 재입북해야만 했을까? 남측에서 성범죄자로 사는 것보다 차라리 북한에서 탈북 처벌을 받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인가? 탈북민, 여전히 복잡미묘한 존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