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ㆍ정의당, '민주당 비판'에 맞장구… 연대는 '글쎄'

입력
2020.07.31 15:40
민주당 주도 '임대차 3법' 입법에 이례적 한목소리 
연대 가능성은… 하태경 "갈 수밖에", 김종대 "지나쳐"

미래통합당과 정의당이 정치 이슈에 대해 이례적으로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양당 모두 전날 임대차 3법을 축조심사 없이 단독으로 처리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입법 독주를 그만두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양당 정치인들은 이에 동상이몽격 해석을 내놨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통합당과 정의당의 연대 가능성을 봤다"고 전망한 반면,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이를 부인하며 "두 당이 전략을 같이 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하 의원과 김 전 의원은 3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함께 출연해 전날 민주당의 임대차 3법 처리에 대해 지적했다. 김 전 의원이 진보, 하 의원이 보수 패널로 나온 것이지만, 두 사람은 민주당 비판이란 같은 메시지를 냈다.

하 의원은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과 닮아간다고, 민주당이 지금 제2의 유신 독재 분위기를 내고 있다"며 "의회주의의 핵심은 축조심사로, 법안 하나하나 협의하고 토론해야 하는데 민주당은 이를 생략했다"고 따졌다. 이어 "(민주당은) '대통령이 하는 건 무조건 도와줘라, 안 도와주면 두들겨 패겠다'는 건데, 우리를 군부정권 후예라고 적대시하는 게 강하게 깔려있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원도 민주당의 법안 과속 처리에 대해 "정의당에서도 민주당의 급과속의 위험성을 계속 지적하기로 했다"며 "현재 민주당이 정상적인 절차를 초월해 본인들이 원하는 법안만 급가동하는 것은 국회의 입법 기능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자 도전"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나 이번 일이 '야당 연대'로 발전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입장이 엇갈렸다. 하 의원은 '야당끼리 뭉쳐야 한다'고 한 반면, 김 전 의원은 '범여권이라고 비판할 땐 언제냐'고 반박했다.

하 의원은 정의당의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조문 거부 논란을 언급하며 "그쪽의 신진 정치인은 사실 통합당과 인식 차이가 거의 없다"며 "같은 목소리를 계속 내면, 결과적으로 연대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 정치는 기본적으로 연대고, 적절한 이슈로 적절한 타이밍에 연대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원은 하 의원의 발언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정의당을 물어뜯는 재미로 정치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분이 (연대를 얘기하니) 당혹스럽다"며 "통합당에 정부 비판에 함께 스크럼을 짜고 같이 가길 원하는 건 지나친 욕심"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민주당을 비판한다고 해서 수구세력에게 길을 열어주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역공을 펼쳤다.

류호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