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경찰 통제는 쏙 빠진 '반쪽 경찰개혁'

입력
2020.07.31 19:00
국정원ㆍ검찰 대신 경찰이 청와대 정보공급 독점
"정보+수사 합쳐져 통제 못할 거대권력 될 것" 우려
경찰은 자체 개혁만 강조... 스스로 바뀔지는 의문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정부가 '자치경찰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경찰 개혁안을 발표했지만 경찰개혁에 필요한 핵심 사안들이 빠진 '반쪽 개혁'이라는 지적이 쏟아진다. 그간 검찰과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폐지 요구가 쏟아졌던 '정보경찰'의 폐해를 막을 방안이 개혁안에 쏙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 경찰 정보 조직이 민간인 사찰이나 선거 개입에 단골로 연루되며 경찰 내 '개혁 1순위'로 꼽힌 점을 감안할 때, 사실상 청와대와 여권의 경찰 개혁 의지를 의심하게 만든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30일 당정청이 내놓은 권력기관 개혁안엔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제한하고 자치경찰제를 새로 도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넘기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개혁안에 '정보경찰'에 대한 내용은 담겨 있지 않다.

경찰청 정보국은 3,000명 안팎의 전국 정보 경찰관을 동원해 사회 거의 모든 영역에 걸친 정보를 수집, 분석해 청와대 등으로 전달한다. 정보경찰은 그간 모호한 법 규정을 근거로 정권의 요구에 따라 사찰에 가까운 정보를 수집·생산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 강신명 전 청장은 당시 20대 총선 때 경찰 정보관들을 시켜 친박계 후보들이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선거 관련 정보를 수집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로 구속기소됐다. 삼성의 노조 탄압 사건이나 세월호 유족 사찰 의혹에도 정보경찰의 연루 단서가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가 경찰개혁위원회가 2018년 4월 정보경찰의 정보활동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내놓기도 했지만, 현 정부의 경찰 정보 의존도는 과거보다 심하면 심했지 줄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과거엔 국가정보원 국내파트가 생산한 정보, 검찰의 범죄 및 동향 정보, 국군기무사령부(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전신) 정보도 주요한 정책결정을 위한 참고자료로 활용됐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나머지 기관들이 국내 정보 업무에서 손을 떼면서, 사실상 경찰 정보만 청와대에 보고되고 있다. 양홍석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실행위원은 "경찰의 정보 공급 독점으로 인해 정책결정자의 정보편식 현상이 구조화되고 있다"며 "그런데도 정보경찰에 대한 통제시스템은 없다"고 지적했다.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수사 권한이 커진 상황에서, 정보 업무까지 경찰이 독점하는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보경찰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경찰 수사가 뒤따르는 구조가 이어지면, 그 자체로 견제가 어려운 권력기관이 된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런 우려를 이해한다면서도 제도 개혁보다는 '자체 노력'을 통한 변신을 강조하고 있다. 김창룡 신임 경찰청장은 정보경찰 폐해 문제에 대해 "정치관여나 사찰 등 불법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강도 높은 정보경찰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 고위관계자도 "전 세계가 정보 전쟁에 나서는 상황에서 국가 정보 기능을 없애자는 건 코미디"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경찰이 스스로 개혁할 수 있을지를 두고는 의심의 시선이 적지 않다. 현재 경찰이 수행하는 인사검증을 위한 정보수집이나 치안활동과 무관한 여론수렴 등은 아예 업무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정보경찰이 각 인사나 단체의 동향을 살피는 과정에서 사생활 영역 침해 우려가 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단체 동향 보고 등은 경찰 업무가 아닌 만큼 아예 못하도록 개혁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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